미국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의 한 주차장의 트레일러에서 시신 8구와 부상자 30명이 발견됐다. 연방이민국과 경찰 당국은 발견 장소가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점 등으로 보아 불법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과 관련된 범죄로 추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샌안토니오 35번 주간 고속도로에 위치한 월마트 주차장에 있던 트레일러에서 한 명이 뛰쳐나와 월마트 종업원에게 물을 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월마트 종업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이 트레일러 뒤편에서 8명의 사망자와 부상자 30명을 발견했다. 경찰 당국은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해 인근 검시소로 옮겼다.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나머지 부상자 30명 중 10명은 응급처치 도중 심박수가 분당 130회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중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된 이들은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컨테이너 내에서 식수도 없이 뜨거운 온도를 견딘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밤 10시 샌안토니오 지역의 기온은 화씨 90도(섭씨 32도)를 기록하는 등 온종일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텍사스 오스틴대학의 한 전문가는 트레일러 전체가 금속 소재로 이뤄져 있어 차량 내 온도가 화씨 173도(섭씨 78도)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끔찍한 비극”이라며 “이 트레일러의 에어컨은 고장이 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수사 당국은 트레일러가 발견된 주차장이 멕시코 국경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불과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외국인 밀입국과 관련된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미 이민국의 리처드 더빈 연방검사는 성명을 내고 “끔찍하게 잘못된 외국인 밀입국 시도를 발견했다. 모든 희생자는 인간의 생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무자비한 인신매매 범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비극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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