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손승범 전 부장을 공개수배하기로 했다.
24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27일부터 검거하기 위해 나섰던 KAI의 인사담당 손승범 부장에 대해 오늘부터 공개수사로 전환한다”며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공개 수배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년간 노력했지만 사실상 비공개 수사로는 검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찰과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공개수사로 전환한 이유를 설명했다. 손 전 부장은 KAI 인사운영팀 소속으로 항공기 개발 외부 용역 계약을 맡아 2007~2014년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과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하는 용역 회사 선정 업무를 맡았다. 손씨는 컴퓨터 수리 업체 등을 운영하던 처남 명의로 설계 용역업체 A사를 차려 247억원대의 물량과 20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업체와 손 전 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지난해 6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검찰은 손 전 부장의 범행이 단독 범행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범행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범행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클뿐더러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치고는 장기간 도주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외부 도움을 받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업체에 지급된 비용이 비자금으로 조성돼 하 전 사장의 연임 로비 등에 쓰였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최근 A사 임원으로부터 용역비 가운데 수십억원을 별도 비자금 계좌에 송금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부장이 검거되면 비자금 조성 경로와 용처 등을 밝혀 KAI의 경영 비리 전반에 관한 수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어떤 조력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범죄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원일 뿐인데 장기간 도주하는 것엔 어떤 사정이 있지 않나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배 중인 범죄자의 도주를 돕거나 은신처를 제공하는 것은 범인 은닉으로 형사범죄에 해당한다”며 “그런 이들도 검거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말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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