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군수도병원에서 투신자살한 K일병의 모교 학생회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과대학 학생회, 총학생회 학생 20여명은 24일 교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일병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학생회 측은 군 당국의 부실조사를 지적하며 △K일병의 자필기록·메모 공개 △가해자 즉각 구속하고 진상조사 착수 △육군제22사단장·대대장·중대장 등 관련 간부 처벌 △고인 순직처리 및 유품 반환을 요구했다.
하소정 홍익대학교 문과대학 부학생회장은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15학번이었던 K일병은 누구보다 교우관계가 좋았던 학생이었다”며 “그런 학생이 전입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원인이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수첩에 적힌 병장 1명과 상병 2명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무고한 청년들이 군대 내의 부조리와 가혹행위에 시달려 왔고 쓸쓸하고 참혹하게 죽어갔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군의 지도교수였던 송민호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소설과 인디음악을 사랑했던 K는 늘 눈빛을 반짝이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남에게 미움도 받아본 적 없을 것 같은 아이였다”고 운을 뗐다. 송 교수는 “올해 2월 K를 만나 입대 전 술 한 잔 사 주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지만 지킬 수 없게 됐다”며 “한 인간으로서 그가 내민 절박한 손을 잡는 일이 그렇게 어려웠나”고 호소했다. 이어 “과연 앞으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고 누구나 수행해야 할 의무이니 안심하고 건강하게 다녀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K일병의 학과 동기였던 노선영, 오민영씨도 K일병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K는 전화를 끊을 때면 ‘너를 정말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해주던 친구였다”며 “그에게 언제까지나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할 뿐이다. 네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알려줄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학생회는 학생들이 K일병을 추모할 수 있도록 지난 23일부터 학생회관에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오는 26일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