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만 22세가 채 되지 않은 조던 스피스(미국)는 시즌 첫 번째와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잇달아 석권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2002년 ‘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 이후 똑같은 일을 해낸 선수가 등장하면서 골프계는 술렁거렸다. 그해 세계 1위에도 오른 스피스는 메이저 승수로 최정상급 선수를 평가하는 추세 속에 차세대 황제 후보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상처를 입었다. 2년 연속 우승을 눈앞에 두고 최종일 12번홀(파3)에서 4타나 까먹고 무너진 것. 이후 다소 무뎌졌던 메이저 위용을 마침내 되찾으며 ‘1인자’를 향한 궤도에 재진입했다.
스피스가 통산 세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브리티시 오픈(이하 디 오픈) 트로피인 은제 주전자 ‘클라레 저그’로 장식했다. 스피스는 24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GC(파70·7,15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5개를 적어냈지만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만회해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그는 2위 맷 쿠처(미국·9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거둔 3승째이자 통산 11번째 우승.
등장 때부터 우즈와 비교됐던 스피스는 메이저 통산 3승 시점에서 우즈를 능가했다. 오는 27일 24번째 생일을 맞는 그는 지난 2000년 24세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거둔 우즈(통산 14승)보다 6개월 빠르다. 1963년 23세6개월 나이에 이를 이룬 ‘원조 황제’ 잭 니클라우스(미국·통산 18승) 이후 가장 어린 나이다. 146회째 열린 디 오픈 역사상 1979년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당시 22세) 다음으로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4대 메이저 중 3개를 정복한 그는 다음달 PGA 챔피언십에서 니클라우스와 우즈를 모두 뛰어넘는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게 된다.
무엇보다 ‘메이저 트라우마’를 1년 만에 떨치고 메이저 우승시계를 다시 작동시켰다는 게 큰 수확이다. 이날도 고비가 있었지만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사흘 내내 선두를 지켜 2위 쿠처와 3타 차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스피스는 4번홀까지 보기 3개를 범해 쿠처와 공동 선두를 내줬다. 13번홀(파4)이 최대 위기였다. 티샷이 갤러리를 넘어 깊은 풀 속에 떨어졌고 머리를 감싸 쥔 스피스의 표정은 지난해 마스터스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언플레이어블(1벌타)을 선언하고 볼을 집어들었지만 후방에 세워진 방송중계 차량을 지나 한참 더 뒤로 가서 세 번째 샷을 해야 했다. 언덕이 가려 그린이 보이지 않고 거리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3번 아이언으로 힘껏 친 볼은 그린 근처까지 굴러갔다. 4타 만에 그린에 올려 2m가량의 보기 퍼트를 홀에 떨궜다. 1타 차 역전을 허용했지만 자칫 ‘재앙’이 될 뻔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결정적 위기가 반전의 동력이 됐다. 이어진 14번~17번 4개 홀에서 버디-이글-버디-버디로 5타나 줄여 드라마를 완성했다.
우승상금 184만5,000달러(약 20억6,000만원)를 챙긴 스피스는 PGA 투어 시즌 상금(679만달러)과 페덱스컵 포인트 1위에 올랐고 세계랭킹도 2위로 한 계단 올랐다. 스피스는 그랜드슬램 도전에 대해 “아직 근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랜드슬램은 내 삶의 목표이자 선수생활의 목표”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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