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28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첫 간담회 자리에는 잘 차려진 한 끼 식사 대신 간단한 다과와 맥주가 등장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연례행사처럼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얼굴도장을 찍는 형식적 만남보다는 경제 현안에 대한 격의 없는 토론에 집중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과의 상견례에 맞춰 기업인들이 선물 보따리처럼 대규모 투자와 고용계획을 취합해 발표하는 모습도 이번 간담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27~28일 이틀간 열리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만찬을 하지 않고 간단한 다과와 맥주를 곁들인 ‘호프 미팅’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초마다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함께하면서 형식적인 상견례를 가졌던 관행에서 탈피해 기업인들과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맥주 한잔 하며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차원에서 직접 ‘호프 미팅’의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마지막 해인 지난 2012년 초 대기업 총수들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섞은 일명 ‘MB주’와 양주 폭탄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간담회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역대 정부와는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간담회에 앞서 행사를 주관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각 기업별로 투자 및 고용계획을 일괄 취합했다. 대통령에게 건네줄 일종의 ‘선물 보따리’를 미리 꾸려놓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를 주관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그 어떤 투자·고용계획도 취합하지 않았다. 대신 간담회 현장에서 기업인들의 생생한 고충과 제안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법인세 인상과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 등 주요 현안을 놓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특히 발언내용과 순서 등을 포함한 사전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전임 박근혜 정부와 달리 청와대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어 기업인들이 적잖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현상·박형윤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