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폭으로 오르면서 현장실습 제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현장실습은 교육훈련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개인 사정 등으로 돈을 벌고 싶은 학생,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회사,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운영돼왔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수직상승하면서 현장실습을 구성하는 가장 큰 축인 기업 수요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만난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 회사는 매년 2~3명의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을 받았는데 내년부터는 1명만 받으려고 한다”며 “일감이 많이 늘어 실습생을 더 쓰려고 해도 최저임금이 정도껏 올라야 말이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표는 이어 “상당수 중소기업 대표가 인건비에 부담을 느껴 실습생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실습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교육 또는 훈련을 목적으로 사업장에서 직접 일을 경험하도록 한 제도다. 교육훈련을 위해 운영되고 있지만 대다수 특성화고와 일부 대학 현장실습의 경우 저임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특성화고 학생들은 80~90%가 관련 법에 따라 실습생과 사측이 체결해야만 하는 표준협약과는 별도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실습생인 동시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대부분 현장실습 제도를 저임 노동력 활용을 위한 경로로 인식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을 현장실습생으로 받는 기업들이 근로기준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딱 최저임금 정도의 급여만 지급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상승은 현장실습생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각 기업이 인건비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인한 실습생들의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실습생들에게는 여느 근로자와 달리 초과근무 등을 시키기도 어려워졌다는 게 업체 측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일은 더 적게 시켜야 하고 돈은 더 줘야 하는데 누가 실습생을 받으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비슷한 교육적 목적을 갖고 있는 일학습병행제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고교 단계 일학습병행제 참여업체들은 고교 2학년생들을 선채용해 교육훈련을 진행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들은 대체로 학생들을 정식 근로자로 생각한다”며 “받는 임금도 평균 최저임금의 1.3배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최저임금 대비 임금 배율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한 일각에서는 아예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학생과 기업 모두에 환영받지 못하는 제도를 굳이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저임 노동력 착취수단을 현장실습으로 포장하는 게 맞느냐”며 “수차례 개선 방안이 발표됐지만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연 뒤 이르면 다음달 말 현장실습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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