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증언이다. 송중기를 만나면, ‘촌스럽다’는 표현이 이렇게 멋스러운 의미가 될 수 있구나를 느낀다. 송중기는 가식을 싫어한다. 할 얘기가 있으면 해야 하고, 풀어야 할 게 있으면 풀어야 했다. 이번 송혜교와의 결혼 소식, 영화 ‘군함도’ 출연도 이에 일맥상통하다.
송중기는 최근 송혜교와 연인 사이임을 밝히며 10월 31일 결혼을 공식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 26일 개봉한 ‘군함도’로 5년 만의 스크린 복귀까지 겹경사다. 송중기는 극 중 OSS 광복군 박무영 역을 맡아 연기했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가감 없는 고백, 명명백백 밝히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영화의 출연을 망설이지 않았다.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킬링타임용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영화는 이제 내 생활과 직업 모두가 돼서 엄청난 가치가 있다. 하면 할수록 영화가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고 영화의 가치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군함도’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로는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하든지 따르는 평가가 있고, 보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더 진중하게, 그 전에 솔직하게 행동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있어 보이는 척을 하면 그 안에 둘러싸일 뿐이라 생각한다.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소신대로 행동하고 싶더라. 내가 배우로서 연기하는 과정을 즐기려고 한다. 내 역할의 대소를 가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걸 따지면 오히려 더 힘든 것 같다”고 밝혔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태평양 전쟁 이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수많은 조선인들이 군함도에 끌려가 갖은 노역을 한, 우리나라 역사의 비극적인 단면이다.
특히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진 영화에 참여한 소감으로는 “류승완 감독님도 말씀하셨듯이, 제일 부담감이 큰 건 감독님이셨겠다. 그래서인지 저희 배우들도 홍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이렇게 진지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소재가 이렇다보니 진중해지더라. 영화 가운데에 있는 배우로서는 우리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했다. 소재에 비해 영화가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다음에 영화를 보고 역사적 사실들을 관객들이 알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기쁜 일이겠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충무로의 중심에 선 류승완 감독과 한 첫 작업이어서 더욱 의미가 클 터. 실제 류승완 감독을 만난 소감으로는 “이번 영화로 류승완 감독님을 처음 뵀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좋아졌다. 사람으로서도 멋있고, ‘영화쟁이’로서는 더 멋있더라. 감독님은 머릿속에 온통 영화만 있는 분이시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저 정도가 돼야 하는 구나’를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굉장히 가정적인 분이시다. 느낀 게 많았다. 촬영하면서는 경험이 많으셔서 그런지 힘들게 찍을 것을 효율적으로 찍으셨다. 내가 출연배우들 중 경험이 적다보니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감독님은 굉장히 매력이 있으시다. 달변가이시기도 하다. 기교가 아니고 평소 마인드가 확고하셔서 그런 것 같다. 감독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매력적이신 분이다. 감독님에게 영향 받은 것은, 사회, 정치, 문화 분야에 상식적인 것에 관심이 많으시다.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빠라서 그런지 정의로운 걸 따지신다. 내가 반성을 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군함도‘를 찍으면서 내가 무지했던 부분도 알게 됐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지난 사회적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 270억 규모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나에게 정말 큰 경험이었다. 나에게도 발전적인 시간이었다. 나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썰전’을 다 챙겨봤다. 모르고 연기하면 부끄러울까봐 더 관심을 가졌다”
송중기는 ‘한류스타’의 대표주자다. 지난해 초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국내 대대적인 신드롬을 모은 것으로 모자라,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어 모으면서 주연인 송중기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폿 아이치이에 국내 드라마로는 최고가인 회당 25만달러(한화 약 3억원)로 판권을 판매했을 정도다. 아시아 외에도 유럽에까지 판권을 판매했으며 약 3조원대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게 송중기는 주춤했던 한류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증거로, 이번 ‘군함도’ 제작보고회 때부터 영화가 소개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주변에는 수많은 국내·해외 팬들로 북적였다. 상당수의 팬들이 ‘송중기’라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대형 포스터 현수막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 하나가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는 입지인 송중기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함으로써 특히 일본 팬들을 잃을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이 나오자 송중기는 “소탐대실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적이 생길 수도 있고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른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따른다면 차라리 소신대로 솔직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뭔가 아닌데 이걸 묵인하고 더 큰 영광이 생긴다면 그게 가치가 있을까도 생각했다”고 강단있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돈은 더 벌 수 있겠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님께서도 내 성격이 촌스럽다고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가 안 된다. 알맹이가 없는데 ‘그런 척’하며 사는 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영화의 내용이 만약, 억지로 지어내서 우리가 거짓을 덧씌웠다면 내 성향상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있었던 일을 풀어낸 영화이니, 현재까지 한일 관계에서도 관련 이슈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내가 한국 작품으로 인기를 얻어서 ‘한류’이지 않느냐. 나에겐 당연히 ‘한국’이 베이스다”고 소신을 강조했다.
송중기는 한 예로 “언론시사회 전에 소속사 이사님께서 한 편지를 건네주셨다. 내가 데뷔 때부터 응원해준 일본팬분이 보내신 거다. 내용은 다 밝힐 수 없지만 그 편지를 읽고 이번에 영화를 개봉하면서 많이 힘이 된 것 같다. 그 분의 의견이 굉장히 와 닿았다. 항상 꾸준히 응원해주신 분인데, 이번에 ’군함도‘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전해주셨다. ‘내 선택이 맞았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하며 스스로의 선택에 흐뭇해했다.
‘군함도’에서 송중기가 가장 돋보이고, 심지어 아름다워 보이는 장면이 하나 있다. 비밀스럽고 파렴치한 한 음모를 깨닫고 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에게 이를 설득하는 장면이다.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조선인들 모두가 모여 하나가 되는 이 장면은, 대한민국의 촛불민심을 떠올리게도 한다. 송중기가 이 같은 상황이 놓인다면, 불의에 어떻게 맞설까.
“내 성격이 촌스러워서 무영이의 방식대로 했을 것 같긴 하다. 황정민 선배도 말씀하셨던 부분이다. 상황을 가정해 봤을 때 그걸 보고 그냥 지나갈 수 있었을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소희(김수안)와 강제 징용된 여인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약자들을 봤을 때 과연 그런 상황을 넘어갈 수 있을까 싶다”
송중기는 2010년 한 인터뷰에서 7년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될 것 같다’고 예측한 만큼 가정을 꾸리는 것을 알게 모르게 희망해왔다. 한결 같은 배우인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송중기는 “일단 결혼은 이뤘다.(웃음) 결혼 생각은 늘 있었다. 송혜교 씨랑 저랑도 많이 주목해주시는 배우인데, 둘이 있을 때는 평범한 커플이다. 우리끼리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는 직업인데, 그런 관심이 싫다고 하는 건 건방진 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도 연약한 사람이다 보니 우리끼리 간직하고 싶은 게 있겠다”고 연인 송혜교와의 애틋한 관계를 과시하며 과도한 사적 침해는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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