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종영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배우 김서경은 “화군이랑 곤의 연기 포텐이 후반부에 가서 터질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곤이 화군을 좋아하는 감정이 초반에는 명확히 그려지지 않았어요. 대목(허준호 분) 어르신이 시켜서 쫓아다니는 것 같은 인상도 주니까요. 사실 실제로 방송은 되지 않았는데, 대목 어르신이 ‘화군이가 널 달라고 했었다. 어떻게 할거냐’란 대사가 있었어요. 그게 편집이 안 되고 나왔다면 처음부터 곤과 화군의 마음을 알았겠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그 대사가 안 나온 게 더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그 사실을 알고 드라마가 흘러가면 중간 중간 포인트가 약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거든요. 늦은 후반부에 화군와 곤의 감정이 팍 올라온 게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좋았지 않았을까요.”
이어 그는 “드라마 ‘군주’에서 기억에 남는 1번 인물은 무조건 화군 아닌가. 곤이요? 음 곤은 6번째 정도 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곤 김서경과 화군 윤소희는 친한 오빠 동생 사이가 됐다고 한다. 김서경은 최적화된 곤과 화군의 만남이었다고 자평했다.
“윤소희는 좋아하는 배우이자 친한 동생입니다. 이성적인 감정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랄까. 굉장히 친한 친구를 아껴주는 느낌이라고 말 할 수 있어요.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 한 촬영장이 굉장히 춥고 또 굉장히 더워서 배우들이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추워도 파이팅 하자’고 말하면서 저희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서로를 챙기고 힘을 줬던 것 같아요.”
선배 김서경이 본 배우 윤소희는 “진짜 똑똑하고 감정이 진짜 좋은 배우”이다.
“소희는 말도 안 되게 똑똑해요. 진짜로 처음엔 이렇게 똑똑할 수 있나. 아님 내가 좀 받아들이는 게 이상한가? 란 생각까지 들었어요. 대본을 놓고 제가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곤이에게 이야기할거야? 라고 물어보면 하나 하나 이야기를 해주는데 엄청나다니까요. 마치 본인은 인물의 감정은 물론 음파까지 다 읽어서 전달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그림만 보고도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실력도 대단하고, 하늘에 떠 있는 별만 보고도 어느 정도 기온이고 지금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다 아는 친구죠. 똑똑한 아이인데 감정까지 좋은 친구라 더 좋죠. 연기를 맞춰 본 사람 중의 한명으로 말하자면, 진짜 순수하게 인물의 감정을 가지고 와요. 기술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니까 더 칭찬하고 싶어요. 이걸 다른 사람이 봐야 하는데, 전 봤어요. 하하. 진짜 멋있는 친구죠. ”
김서경은 ‘군주’와 6개월이상 동고동락한 인피니트 엘 김명수, 유승호, 신현수와의 끈끈한 에피소드도 밝혔다.
“승호는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된 프로급 배우죠. 이전에도 잠시 작업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정말 오랜시간 함께 작업을 해서 더 친해질 수 있었어요. 엘 명수는 되게 착하고 남자 같아요. 진짜 열심히 하는 친구죠. 진짜 열심히 한다는 걸 감독님도 알고 좋아하세요. 전 방송 볼 때마다 명수에게 ‘진짜 대박이다’고 문자 보냈어요. 이 친구를 전 배우 대 배우로 만났는데, 그 모습이 가장 좋은 친구라고 봐요. 명수는 자기가 하는 만큼 표현이 나와요. 그 표현을 얼마만큼 힘들게 하겠어요. 가수 스케줄도 많은데, 드라마 현장에선 텐션을 절대 잃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매번 ‘텐션은 네가 최고다’고 말하면서 격려했어요. 명수에게 “곤이 형이 네 차기작 기다리고 있다‘는 말 꼭 해주세요. 하하. 명수 콘서트요? 콘서트를 따라다닐 힘은 없어요. 현수는 제가 말 안 해도 제 마음을 다 알정도로 친해요. 저희 집에 제일 많이 오는 친구입니다. 같이 놀고 같이 축구 게임을 자주 해요.”
편한 동네 형처럼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였지만, 알고보면 김서경은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배우이다.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력도 있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감독이 되고자 하는 준비도 차근 차근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배우라면 연기가 끝이 아니잖아요”라고 되물었다.
“하정우, 정우성 선배님 행보도 보세요. 그들이 왜 풍부한 상상력을 연기보다 글로서도 보여주는지. 전 이해가 됩니다. 배우가 연기를 하다보면 풍부한 상상력이 생겨요. 배우가 특이하다고 하는데, 특이한 게 아니라 그렇게 살면서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게 전 맞다고 생각해요.
1차원적인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2차원적으로만 연기하다보면 잊혀 질 게 뻔해요. 3차원적으로 파고 들어가다보면 보이는 게 있어요. 연기보다 섬세한 게 책이에요. 책을 읽다보면 몰입도가 높아지죠. 책은 사람의 손 끝에서 나와요. 사람이 글을 쓰다보면, 풍부한 어휘력이 생겨요. 그래서 문화적인 창작 능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선배님들이 영역을 넓혀가는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다 생각해요. 그들이 경지에 올라서라기 보다는 그건 본능이에요.“
→[SE★인터뷰③]계속 “‘군주’는 처음으로 준 하늘에서 준 선물...전 본능주의자입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