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떠났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故박환성·김광일 독립PD의 시신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서 박PD와 김PD는 EBS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를 제작하기 위해 지난 14일 오후 8시 24분(현지시간) 남아공에서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두 PD의 차량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정면 충돌했으며, 상대 차량의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PD협회와 유가족들은 27일 오후 8시 10분께 두 PD의 시신을 화장한 유골함과 영정을 안고 인천공항 C게이트로 들어왔다. 현장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기다리던 독립PD 20여명과 EBS 관계자들이 이들을 말없이 뒤따랐다. 영정을 본 일부 PD들은 울음을 참지 못해 뒤돌아 눈물을 삼켰고, 유가족들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유가족들을 대표해 발언한 박환성 PD의 동생 박경준씨는 “EBS 관계자, 남아공 현지대사관과 교민들 도움으로 두 고인을 잘 모시고 왔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사고 현장에 도착해 (두 피디가) 햄버거를 먹으면서 촉박한 일정과 예산에 쫓기면서 작업했다는 걸 알고 나서 너무나 미안했다”고 말했다. 앞서 25일 사고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두 PD가 먹다 남긴 것 같은 햄버거와 콜라병을 사고 차량의 뒷좌석에서 발견했다.
박씨는 “젊은 두 유능한 PD들의 죽음은 유가족 희생을 넘어서서 해당 산업의 손실이자 국가경쟁력의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분의 희생으로 사고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되는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첫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광일 PD의 아내인 오영미씨는“김PD는 정말 성실했고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라며 “저에겐 따뜻한 남편이었고 아이들에겐 멋진 아빠였지만 그는 이제 없다”고 입을 뗐다. 오씨는 “그는 15년 전 독립PD를 시작할 때부터 자신이 만든 작품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해 왔지만 남아공으로 떠나기 전엔 ‘방송을 그만해야 할 거 같아, 너무 힘들고 미래가 없어서, 당신과 애들한테 미안해서’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고자 하는 작품을 완성한 후 (방송을) 정리해야겠다고 저에게 말하고 떠났는데 진짜 마지막까지 자신이 원하는 작품과 함께 가족의 곁에서 떠났다”며 눈물을 삼켰다.
오씨는 “이 문제는 비단 두 PD의 문제 아닌 모든 방송인의 문제다. 방송계에서 고인들이 원했고 독립PD들이 바꾸고자 했던 현실을 바로잡고 싶다”며 독립PD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언급했다.
앞서 박 PD는 지난달 EBS가 정부 제작지원금을 일부 환수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외주제작PD와 방송사 간의 갑을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유가족들은 10여분의 짧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빈소는 연세장례식장 특1호실에 차려졌으며 영결식은 오는 29일 오후 1시, 발인은 오는 30일이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