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의 간담회에서는 ‘공수표’가 없었다. 기업의 충성경쟁 식 공약도, 대통령의 화끈한 선물도 없었다. 지난 정권 초기 열린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이 상법개정안 포기를 선언하고 재계가 지킬 수 없었던 연간 14만 명 고용을 약속하는 등 분란을 낳기도 했다.
이날 회동의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지만 진보 진영의 대통령과 재계가 함께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골목상권과의 상생,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고 구본준 LG 부회장도 2,3 차 협력업체와의 직접 지원을 약속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신고리5, 6호기 중단과 관련 “중단 된다면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약속을 내건 것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이 “충북 태양광 사업단지의 850명을 정규직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계의 노력에 대해 적극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뚜렷한 방향은 밝히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계가 투자를 약속하자 상법개정안 폐기와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를 약속했다. 단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규제 완화를 위한 정책 추진 가능성을 열어 뒀다. 재계의 서비스산업발전과 각종 규제 완화 요구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통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제출된 서비스법과 규제프리존법은 아니더라도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거칠 수 있다”는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의 실태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만큼 청와대와 재계 역시 조심스럽게 상생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간담회를 마치자마자 시내 모처에서 긴급 본부장 회의를 열고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과 관련해 포스코가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역시 재계의 고충을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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