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등이 호황이던 지난 30여년간 부산과 울산, 거제를 중심으로 한 동남권 경제는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를 비롯한 수많은 협력업체가 수주 1위 한국호에 승선해 안정적 항해를 이어갔다. 하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경쟁적으로 수주한 해양플랜트와 중국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의 성장, 유가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2015년 위기가 시작됐다. 각 조선사마다 수조원대의 적자가 발생했다. 위기는 체력이 약한 중소 조선사와 협력업체부터 시작해 동남권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후 3년이 지난 지금 그럼에도 희망의 빛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일감 부족은 여전하지만 지난 상반기에 수주절벽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긴 고통을 견뎌낸 동남권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치중한 지역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신성장산업에서 시동을 걸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실감형 콘텐츠를 앞세우고 있으며 울산광역시는 3차원(3D) 프린팅, 바이오메디컬, 에너지 산업 글로벌 허브 조성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경상남도는 권역별로 나노융합과 항공우주, 항노화산업 등 다양한 신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지역 경제의 각종 지표가 올해 들어 일제히 반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경기, 소비 등은 물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외교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던 관광 분야도 시장 다변화로 꿈틀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년간 힘든 역경과 위기를 잘 극복하고 도시 발전의 큰 전기를 이루어 냈다는 대외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부산시는 조선·해운업 충격 여파의 조기 수습을 위해 조선업 구조개선펀드와 자산 1조원 규모의 한국선박해양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다. 또 올 상반기에는 사드 종합대책을 세워 본격 추진하는가 하면 재정도 역대 최고 규모인 5조9,029억원을 신속 집행해 조기 내수회복 등 지역 경제의 활력도 끌어올렸다. 부산시의 현안 사업인 김해신공항 건설이나 2030 등록엑스포, 서부산시대, 클린에너지 등도 순항하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울산경제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조선업은 다시 수주 1위 자리를 회복했으며, 유가 급락과 중국의 외형 확장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석유화학업종은 구조조정과 함께 안정적 유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 또한 대내외 환경이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러한 위기극복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창조융합도시 울산’을 목표로 이를 실행하는 17개 핵심프로젝트와 150여 개의 세부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3D 프린팅 산업과 바이오메디컬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 육성은 이미 시작됐다. 미래자동차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조선해양 글로벌 리더쉽을 강화해 주력산업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산업의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한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경남은 그동안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신성장동력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왔다. 경남도의 신성장동력산업은 동부의 밀양 나노융합산단, 서부의 진주·사천 항공우주산단, 남부의 거제 해양플랜트산단, 북부중심의 항노화산업, 중부의 창원 기계산업단지 구조 구도화다.
이중 나노융합, 항공우주, 해양플랜트산단은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되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하드웨어 인프라와 함께 연구개발(R&D)·정보통신기술(ICT)융복합 등 소프트웨어 기능을 연계한 산·학·연 클러스터를 컨셉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불황과 경기침체가 회복되면서 한동안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경남의 기계산업과 조선산업도 경기가 회복되고 수주량이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항노화산업도 세계적인 안티에이징 추세에 맞춰 한방항노화, 양방항노화, 해양바이오 등 연령과 선호도에 맞춰 관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부산=조원진기자·울산=장지승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