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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점의 연결로 열매 맺는 R&D

조진수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지난해 미국의 유명한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가 국내의 작은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어 큰 화제가 됐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 장애인 정보통신 접근성 및 보조기기 콘퍼런스(CSUN)’ 행사장에서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대상 점자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닷’의 부스를 원더가 찾은 것이다. 그는 이 시계를 체험해보고 극찬하면서 선주문을 했다. 이후 ‘스티비 원더 효과’가 발생해 이 제품은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닷 워치는 지난 4월 출시돼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원더와 닷의 인연은 10여년간 대학에서 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점자 보조기기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매진해온 필자에게까지 이어졌다. 연구하는 동안 좌절과 실패도 여러 번 겪었다. 공동 연구를 한 기업이 협소한 시각장애인 대상 시장의 규모를 이유로 투자를 중단했을 때는 연구개발(R&D)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에 연구를 멈추지 않은 것이 새로운 기회로 연결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우수 연구성과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으로 닷 워치 이후 시각장애인이 한 손에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점자 패드를 후속작으로 구상하고 있던 스타트업 닷과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필자의 공동 기술개발이 주선된 것이다. 현재 필자가 속한 가천대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패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대학·출연연구기관 등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29만여건이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업,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에 이전되고 사업화로도 이어지고 있어 반갑다. 물론 대학·연구기관의 R&D 기술에 반드시 기업이 원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모든 기술이 기업과 연결돼 사업화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R&D의 특성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도 R&D로 창출된 새로운 가치가 좀 더 시장에서 환영받고 기업 가치와 부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동향도 기존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융복합 제품의 확산 등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적극적인 기술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 여부가 시장에서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구글과 야후 등을 비롯한 여러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R&D는 신제품·신서비스에 목말라 있는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 향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으며 R&D 전 과정을 고부가가치화하는 연구 산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5년 기준 세계 2위로 R&D 투자를 통한 기술혁신으로 국가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점의 연결(connecting the dot)’을 얘기하며 인생은 수많은 점, 즉 경험의 연결이며 각각의 점이 서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점은 10년 뒤 서로 연결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R&D와 관련된 많은 업종이 서로 연결돼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 산업으로 발전해 우리 시대의 화두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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