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외교관들에게 억대 규모의 뇌물을 건넨 마카오의 부동산 재벌 응랍셍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4주에 걸친 재판 끝에 뇌물, 돈세탁, 부패 등 응랍셍의 6개 기소 조항에 모두 유죄평결을 내렸다. 그는 최대 징역 65년형을 받을 수 있으며 최종 선고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응랍셍은 2010~2015년 존 애쉬 전 유엔총회 의장과 로렌소 프란시스 전 유엔 주재 도미니카공화국 부대사에게 총 170만 달러(약 19억원)가 넘는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응랍셍은 마카오에 대규모 유엔 콘퍼런스 센터를 짓게 하려고 거액의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마카오에 이런 시설은 지어지지 않았다.
애쉬 전 의장은 2015년 뇌물수수 혐의로 뉴욕남부지검에 기소됐지만 이듬해 6월 뉴욕 자택에서 돌연 사망했다. 준 김 뉴욕남부지검 검사장대행은 “응랍셍은 최악의 수준으로 유엔을 부패하게 했다”며 “그는 뇌물과 부정행위로 유엔 지도자들을 사적인 부당 이익을 취하는 무리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체포된 응랍셍은 보석금 5,000만달러(약 558억원)을 내고 풀려나 뉴욕 맨해튼 호화 아파트에서 24시간 사법 당국의 감시를 받으며 생활해왔다. 검찰이 그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날 맨해튼 연방지법 버논 브로데릭 판사는 보석 조건을 강화해 응랍셍에게 가택 연금을 명령했다. 응랍셍은 미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기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응랍셍 측은 돈을 받은 유엔 외교관들이 응랍셍을 조종했으며, 응랍셍은 부탁받은 대로 돈을 썼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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