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 비극 두 번째 시리즈 <그리스의 여인들>(원작 에우리피데스 재구성/ 연출 이수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자극한다. 고전을 통해 현재를 되짚어보는 <그리스의 여인들> 시리즈는 6월 <안티고네> 에 이어 8월엔 <트로이의 여인들> 을 무대에 올린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가치’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한 시리즈다.
트로이전쟁 후 폐허에 남겨진 여인들은 인간다운 존엄과 의연함을 지켜내고자 한다. 도시는 함락되고 남편들은 살해당했으며, 다른 가족들은 이미 노예로 끌려갔다. 돌이킬 수 없는 파멸과 나락의 벼랑 끝에 선 패전국 트로이 왕국의 여인들, 왕비 헤카베와 딸 카산드라, 며느리 안드로마케와 헬레네! 패전의 절망과 비탄, 엄습하는 집단적 불안. 그 와중에도 차마 떨치지 못하는 구원과 탈출에의 절박하고 조심스러운 기대, 그러나 더더욱 명확하고 잔혹하게 하나하나 죄어오는 고통과 절망의 메시지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몸서리치지만, ‘트로이의 여인들’은 최후까지 존엄과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조용하지만 처절한 투쟁을 시작한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비극은 텍스트의 정수만 추리고 남긴 다음 그 빈자리를 음악적 화법으로 대치하고 채워나감으로써 텍스트의 핵심을 가장 효율적이고 입체적이며 감각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에는 작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13인의 여배우와 3명의 남자배우가 등장한다. 조용히, 그러나 강한 에너지로 움직이는 그들을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율과 반복되는 기타선율이 때로 긴박하게 때로 처연하게 감싸 안는다. 절제되고 박력 있는 움직임과 춤, 짧고 속도감 있는 대사와 장엄하고 유려한 독백 혹은 집단적 레시타티브의 적절한 혼용 등, 원작의 분위기와 정조가 감각적으로 박진감 있게 무대 위에 펼쳐진다.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8월 10일부터 20일까지 예술공간 서울(성균관 대학교 앞)에서 공연된다. 배우 강말금, 고애리, 김무늬, 김선미, 김치몽, 박창순, 신나라, 윤대홍, 이정은, 이지현, 이지현, 이현호, 장승연, 최두리, 허은, 홍정혜, 연주 엄태훈(기타), 김대경(콘트라베이스) 이 출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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