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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질환 '간염'] 완치됐어도 간암 진행 많아...C형 간염 "정기검진이 답"

항바이러스제 복용땐 거의 완치

환자 10명 중 7명은 증상 없어

정부 국가검진 항목 지정 검토

만성 B형 간염은 완치 안돼

평생 항바이러스제 복용해야

혈액·체액 통해 감염되므로

수건·식기 함께 써도 괜찮아





간염·간경변 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최근 30여년 새 10만명당 31명에서 13명 수준으로 58% 감소했다. 환자가 가장 많은 B형간염의 경우 지난 1995년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됐고 효과 좋은 항바이러스제가 잇따라 등장한 덕분이다.

반면 식생활의 서구화와 운동부족으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지방간 환자는 늘고 있다.

간염의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흔하고 과음, 간에 독이 되는 약물 등 복용 순이다. 간염 바이러스는 발견된 순서에 따라 A형·B형·C형·D형·E형 등의 이름이 붙었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체액 등에 노출됐을 때 전염된다. 모유 수유, 악수, 술잔 돌리기, 찌개를 함께 먹거나 식기·수건을 함께 쓰는 일상적 접촉만으로는 전염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만 면도기·칫솔 등은 환자와 공유하지 않는다. B형간염 환자의 배우자는 항체가 있는지 검사하고 없으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어떤 간염에 걸리든 1~3개월간 잠복기를 거쳐 급성은 3~4개월 만에 완치된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낫지 않고 진행하는 만성 간염은 바이러스가 남아 있어 반복적으로 염증을 일으킨다. A형과 E형은 급성 간염만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있지만 완치 약이 없어 만성 환자는 평생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 한다.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지만 완치 약이 있다.

바이러스가 간에서 번식한 뒤 핏속으로 뛰쳐나오면 면역세포들이 이를 인식해 공격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간의 정상적 구조가 조금씩 파괴되고 간 기능 이상, 피로·무력감·식욕부진 등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눈자위와 피부에 황달이 생겨 노랗게 되기도 한다. 부은 간을 톡톡 건드리기만 해도 통증이 나타나고 간기능 검사 수치(GOT·GPT)가 1,000단위 이상으로 높아진다. 회복되면 신체가 정상화되고 항체가 형성된다.

간염은 B형·C형 바이러스 감염이 주된 원인이다. B형·C형간염은 간암 발생 원인의 85%가량을 차지한다.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남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도 문제다.

간염 바이러스는 몸속 면역체계에 의해 소멸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간에 평생 남아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모르고 지내다 간 조직이 딱딱해지면서 기능을 잃는 간섬유화·간경화 단계에 접어든 뒤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정기검진을 통한 간섬유화가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박준용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간질환자에게 간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B형간염은 산모로부터 수직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신생아에서는 9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영유아에 대한 B형간염 백신 국가예방접종이 시행된 1995년 이전 출생자는 3~5%(1995년생 이후 유병률 0.1~0.2%)가량이 감염자이기 때문에 60세 안팎까지 간경화·간암으로 악화하지 않게 신경을 써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성인이 돼서 감염된 경우 10% 이하만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며 이 중 25~40%가 간경화 또는 간암으로 이어진다.

김진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B형간염은 간세포의 핵 안으로 침입한 바이러스까지 박멸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완치가 불가능하다”며 “평생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활동기에 염증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용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고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내성이 잘 생기고 바이러스 재활성화로 간이 제 기능을 전혀 못하는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오염된 주사기, 문신·피어싱·성적접촉 등으로 감염된다. 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의 65% 이상이 감염 사실을 모르는 실정이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다나의원 등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상당수는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몰랐다.

C형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며 간경화·간암으로 악화하는 비율도 B형보다 높다. 최근에 나온 항바이러스제를 12~24주간 복용하면 거의 100% 완치된다. 박 교수는 “C형간염이 치료됐더라도 나빠진 간이 좋아진 게 아니고 5~10년 뒤 간암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기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C형간염 진료환자가 많은 지역 35개 시군구의 만 40세·66세 인구를 대상으로 국가검진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국가검진 항목에 넣을지 검토할 계획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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