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공보라인을 물갈이한 데 이어 최고위 참모직인 비서실장마저 교체하면서 취임 6개월 만에 사실상의 2기 정부 체제를 열었다. 오랫동안 교체설에 시달려 온 라인스 프리버스를 대신해 비서실장 자리에 오르게 된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현지 언론들은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에 익숙한 그가 트럼프의 ‘예스맨’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정치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켈리 장관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알린다”며 “그는 위대한 미국인이자 지도자”라고 밝혔다. 그는 “켈리 장관은 국토안보부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며, 내 내각에서 진정한 스타였다”고 덧붙였다. 켈리 지명자는 31일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켈리 지명자는 21세에 해병대에 입대해 46년 동안 유럽, 이라크, 남아메리카 파병 생활을 거친 베테랑 군인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지명자를 발탁한 이유는 “TV 연속극”이라고 촌평할 만큼 백악관 참모조직의 내분이 심각한 상황에서 내부 기강을 잡을 강성 군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켈리 지명자가 군인이라는 점은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켈리 지명자가 국토안보부 장관 청문회 당시 멕시코 장벽의 효율성에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고 무슬림 입국 제한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논란을 일으켰던 각종 국경 안보 정책에서 주무 부서 장관으로서 반기를 든 적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예상외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고 비꼬았다.
이 때문에 신임 비서실장으로서 켈리 지명자의 성패는 ‘대통령의 마이웨이를 막기 위해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악관 내부의 인력 구조를 심층 취재한 저서‘게이트키퍼’의 저자 크리스 위플은 “켈리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문제를 말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켈리 지명자가 실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위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백악관의 실세로 떠오른 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과의 권력 구도에서 켈리 지명자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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