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되는 SBS ‘SBS스페셜’에서는 ‘알을 깨다’ 편이 전파를 탄다.
새는 알을 깨기 위해 발버둥 친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봐도 희극
전북 김제의 한 농촌 마을. 이곳에 천의 얼굴을 한 소년이 산다. 올해로 꼭 50세.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철부지 소년’이라고 부른다.
걸어가다 깨진 항아리 하나를 발견해도 로또 1등 횡재라도 한 표정이요, 손수 내린 커피 한 잔 즐길 때는 동안거에 들어간 스님 얼굴이요, 9살 막내딸과 놀 때는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미소를 짓는다.
하루하루 매 순간마다 새롭다는 미즈노 마사유키(50)! 인생의 황금기가 드디어 시작됐다며 싱글벙글인 이 남자의 비법은 무엇일까?
▲ 알을 깨다 : 새로운 세상을 선택하다
두렵다고 알을 깨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없다.
일본에서 태어난 미즈노 마사유키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슬하에 다섯 남매를 두었다. 남들 사는 대로 도심 빌딩에서 야근에 특근하며 차를 사고 집 평수를 늘렸다. 그런데 40이 다 된 어느 날, 잊고 있던 어릴 적 로망이 떠올랐다. 아름드리 나무였다. 나무와 함께 살고 싶었던 그의 알을 깨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됐다.
병아리도 알에서 나오기 위해 21일의 절대 고독을 견디잖아요. -미즈노
▲ 미즈노의 선택은 ‘나무’
미즈노는 4년에 걸쳐 트리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태풍으로 쓰러진 나뭇가지, 누가 내다 버린 항아리를 얻어 어떻게 장식할지 궁리하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 그 트리하우스에서 남자의 다섯 아이가 자신의 알을 깰 준비를 하고 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단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선택하도록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할 뿐. 부모라도 대신 알을 깨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어미 새가 알을 먼저 쪼면 알 속 새끼는 결국 죽고 말아요. -미즈노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 남자. 오늘도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부단히 알을 쪼고 있다.
[사진=S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