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북한이 심야에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자 미국과 일본·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북한을 강력 규탄하며 전방위 제재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뉴욕·보스턴 등 미국 본토 주요 도시들이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보도와 함께 미국 내 우려가 고조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물론 대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북한·중국에 동시 경고장을 날렸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에도 미온적인 반응에 그쳤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러시아는 발사 미사일이 “ICBM이 아니다”라며 유엔의 추가 제재에 계속 반대할 뜻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북측의 ICBM 발사 직후 성명을 내고 “이들 무기와 시험은 세계를 위협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경제를 약하게 만든다”면서 “미 국토의 안보를 보장하고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도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측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중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그들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더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북측과 거래하는 중국 기관들을 겨냥한 ‘세컨더리보이콧’ 시행과 대중 무역제재 가능성을 함께 내비쳤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북핵 위기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대북 독자제재 강화를 위해 의회가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에 이번주 서명해 석유공급 차단과 북한 노동자의 해외 고용 금지 등을 법제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확대·강화하기 위해 8월 초 긴급회의를 소집해 새로운 제재결의안 마련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미 외교당국자는 CBS방송에 “국제사회 차원의 안보리 제재 명단에 ‘김정은’ 실명을 명시하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며 “대북 여행 금지 조치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의 ICBM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했을 가능성에 민감한 일본은 29일 두 차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며 북한의 도발에 엄중히 항의하는 한편 안보리 제재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한미 외교장관과 각각 전화통화를 하고 안보리 대응을 포함해 압력을 극대화하기로 했으며 중국에도 이에 대한 요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엔 역시 성명을 내고 “북한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강력한 압박과 비난전을 편 서방 및 일본과는 사뭇 달랐다. 중국 외교부는 유엔의 대북 비판 성명을 전하는 형식으로 북한의 도발을 비난했지만 어디까지나 원론적 지적에 머물렀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제기한 ‘중국책임론’을 강력 반박하는 한편 북측 도발을 계기로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추가 배치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미국은 북한을 억누르는 것만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중국의 선택은 매우 한정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저지할 능력이 없고 미국의 압박 일변도 정책을 변하게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러시아도 북한 위기를 미국이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한편 북측이 발사한 미사일이 ‘중거리탄도미사일’로 “ICBM급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와 결을 달리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은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안 마련에 상당한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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