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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희 환경산업기술원장 "환경산업단지 '기술개발-수출확대 선순환' 메카로 키울 것"

[서경이 만난 사람]

대담=김성수 사회부장 sskim@sedaily.com

환경관련기업 시제품 제작서 해외진출까지 사업화 전과정 지원

미세먼지 해결 中압박만으론 한계…우리기술 개발해 中 수출을

글로벌 환경시장은 블루오션..대·중기·정부 '협업 진출' 힘써야

임기내 2021년 이후 환경기술 개발 로드맵 마련 등 미래 준비도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권욱기자




“환경기술을 개발해 만든 제품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 해당 기업이 기술과 제품을 수출하면 돈도 벌고 일자리도 창출할 것입니다. 이 같은 기술과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목표이자 역할입니다.”

서울 은평구 진흥로에 자리한 환경산업기술원에서 지난 2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남광희(57·사진) 원장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업무를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말했다.

남 원장은 행정고시 34회로 1991년 공직에 입문해 27년간 환경부에서 기후대기정책관·자연보전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환경관료다. 올해 2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에서 환경산업기술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하루에도 서너 곳이나 되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 원장은 “직접 와서 보니 밖에서 보던 것보다 기술원 업무 범위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5개월간의 소회를 전했다.

실제로 과거 기술원 업무는 환경기술 개발, 환경산업 지원 등 크게 4개 축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보건안전 강화 업무가 추가돼 5개 분야가 주요 업무가 됐다. 업무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세부 영역을 들여다보면 환경 연구개발(R&D) 지원, 친환경 제품 및 환경 신기술 인증,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그린카드 및 저탄소 인증마크 운영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수많은 업무 가운데 그가 최근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일은 이달 20일 개소한 환경산업연구단지가 기술과 산업의 선순환 구조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 원장은 “환경산업연구단지는 환경 기업의 기술개발에서 실증실험, 시제품 제작, 해외진출 등 사업화 전 과정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사업화 과정에서 연구시설과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해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원은 입주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실증화 R&D 지원 △사업화 단계에서는 인·검증 취득 및 사업화 자금 지원 △해외진출 단계에서는 해외 환경 프로젝트 참여 지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 중장기 기술 로드맵 및 특허전략 수립 지원, 기술개발 협업 파트너 매칭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환경 관련 기업이 A부터 Z까지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부를 비롯해 환경공단·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중소기업진흥공단·인천광역시 등과도 손을 잡았다.

남 원장은 “환경산업연구단지의 테스트베드가 부족하면 인천시는 하수처리장 등 여러 시설과 기자재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단지 안에 있는 환경공단과 인접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은 기업들의 각종 실험을 비롯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그들만의 특화된 중소기업 정책 툴(수단)로 해당 기업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산업연구단지에서는 중앙정부와 산하기관·지방자치단체 등 우리나라 주요 기관의 모든 지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기술원은 오는 2020년까지 환경산업연구단지 입주기업 100곳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올해 연간 기업입주 목표는 20개였는데 현재 23곳으로 이미 초과 달성했다. 다음 입주 공모는 9월에 진행된다.



남 원장은 우리나라의 환경 현안인 중국발(發) 미세먼지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이 중국에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외교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 기술로 중국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주면 그 혜택은 우리나라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미세먼지 집진장치 기업인 제이텍의 사례를 소개했다. 제이텍은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 R&D 지원을 받아 사이클론과 전기집진 방식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이 기술은 중국 제철소와 화력발전소 등에 적용돼 있다. 제이텍을 비롯해 블루버드환경 등이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체결한 계약 규모는 301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일부 환경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국내 환경 분야 수출액은 2015년 기준 8조2,441억원(약 82억달러)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채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 환경경영인터내셔널(EBI)에 따르면 세계 환경시장 규모는 1조달러를 웃돈다. 또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동유럽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한 환경시장은 앞으로 10년간 연 7%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에 글로벌 환경시장이 여전히 블루오션이라는 뜻이다.

남 원장은 우리나라 환경기술 제품과 기술의 세일즈 포인트로 ‘유지관리’를 꼽았다.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기술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선진국 제품과 기술을 도입했다가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환경이 국내 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게 남 원장의 설명이다. “우리는 유지관리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습니다. 선진국 기술을 도입할 경우 10번 이상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면 우리 기술을 쓰면 1~2번의 시행착오면 충분합니다.”

남 원장은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중소기업·정부 간 삼각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기업은 네트워크·마케팅·자금이 풍부하지만 해외 발주처가 요구하는 환경기술을 모두 개발하기 어렵고 중소기업은 반대로 네트워크나 마케팅 능력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환경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각개전투’를 펼쳐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환경시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위주의 대형 발주 사업이 많다”며 “정부가 주요 발주처와 고위급 네트워크를 형성해 프로젝트 발굴을 지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서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동반 진출하는 선단형 구조 컨소시엄이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략이 적중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2년 수주한 5,000억원 규모의 알제리 엘하라쉬 하천정비사업을 꼽을 수 있다. 기술원은 알제리 정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하천 복원 마스터플랜 수립사업을 지원하면서 국내 회사들이 해당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국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사업을 수주했으며 뒤이어 1,000억원 규모의 알제리 콘스탄틴 지역 하천정비사업도 추가로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술원은 이와 별도로 해외로 나가는 중소기업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 자금 문제 해결 지원과 수출 업무 대행 등의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남 원장은 “국내 환경 기업은 평균 매출액 17억3,000만원에 직원 7.7명에 불과할 만큼 영세한 규모라 파이낸스에 약하다”면서 “개도국이 국제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환경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술원이 나설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환경부나 환경산업기술원이 지원하더라도 중소기업이 막상 해외로 나가려고 하면 실적 부족과 법률·관세·회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남 원장은 “중소기업이 환경전문무역상사의 주주로 참여해 해당 브랜드를 활용하는 동시에 각종 지원 서비스를 받으면 이러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술원은 환경전문무역상사를 내년에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임기 내 목표도 밝혔다. 2021년 이후의 환경기술 개발 로드맵이다. 그는 “2020년까지의 환경기술 개발 로드맵은 가지고 있지만 이후 미래에 대한 준비는 아직 안 돼 있다”며 “기존의 환경기술이 인공지능(AI),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의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들과 본격적으로 접목될 텐데 2021년 이후의 환경기술 개발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리=임지훈기자 jhilm@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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