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동대신·괴정·당리·영도·송도 등 낙후된 곳이 워낙 많아서 도시재생 사업이 필요한 곳이 많아요. 아파트값은 상승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단독주택은 계속 오를 테니 투자해두면 괜찮을 겁니다.”(부산 서구 동대신동 A공인중개 관계자)
“저희 동네는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났다가 카페·음식점 등이 다시 들어오면서 최근 땅값이 60% 넘게 올랐어요. 저희 집(단독주택) 가격이 5년 전 3.3㎡ 당 200만~3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원에 팔라고 부동산에서 연락이 옵니다.” (광주 동구 동명동 거주 B씨)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부동산 공약으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유력 후보 사업지로의 투기자금 유입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은평·서대문·마포구, 부산 서구 동대신동, 중구 보수동, 영도구 봉래동, 광주 동구 동명동, 대구 중구 동인동·남산동 등 전국적으로 구도심의 노후화된 단독주택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현재 단독주택 평균단위 매매가격이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은 것이나, 올해 상반기 단독주택 거래량에서도 나타난다. 6월 기준 전국 단독주택의 ㎡당 평균 매매가격은 113만4,000원으로 한국감정원 조사가 시작된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단독주택 ㎡당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1.43%로 지난해 같은 기간(0.27%)의 다섯 배를 넘어섰으며 역대 상반기 상승률 가운데 최고치였다.
올해 상반기는 단독주택 매매거래도 크게 늘었다. 감정원의 건물유형별 주택매매거래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단독주택 매매거래량은 6만1,89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5만6,681건에 비해 9.2%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거래는 29만7,704건에서 29만1,634건으로 2.0%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였고 6·19부동산대책 이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아파트 매매시장의 열기에 가려진 단독주택은 소리 소문 없이 거래량이 늘어나며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대규모 미분양이 속출해 아파트값은 하락하는데도 단독주택값은 오르고 있다. 6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9,166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상남도의 경우 올해 상반기 감정원 집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99% 하락한 반면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0.95% 상승했다. 대구(아파트 -0.89%, 단독주택 1.02%), 울산(아파트 -0.75%, 단독주택 0.37%), 충청북도(아파트 -0.79%, 단독주택 0.81%), 경상북도(아파트 -1.91%, 단독주택 1.14%)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서울과 세종·강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아파트를 상회했다.
도시재생 사업이 유력한 지역의 단독주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경매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5월 말 부산 수영구의 단독주택(감정가 3억565만원)은 단 한 차례의 유찰도 없이 첫 번째 경매에서 118.5%의 낙찰가율(3억6,219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통상 단독주택의 경우 최소 1~2차례씩 유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건의 경우 경쟁률이 9대1에 달하면서 첫 번째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19일 실시된 경매에서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은 감정가격이 1억9,198만원이었지만 5억원에 낙찰돼 260%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중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율이며 경쟁률도 7대1에 달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지역이 아닌 전국적으로 단독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도시재생 사업을 기대하고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 연구위원은 “도시재생은 장기적으로 접근할 사업이고 지역민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현재 시장에서는 전면철거와 같은 과거의 재개발 사업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어 인식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노후지 재생 쪽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사업형태를 다양화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희영·고병기·박경훈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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