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제화물에 숨겨진 마약을 압수하고도 법원의 압수영장을 받지 않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마약 밀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는 결정적 증거가 없어지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셈이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검찰 측은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한국발 국제화물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세관 공무원을 통해 화물을 넘겨받았다. 수사 당국은 필로폰을 확보했지만, 이 과정에서 따로 압수영장이 신청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후 화물 수령자 마 씨를 2009년부터 약 3년간 6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국제화물로 들여온 여죄를 확인해 기소했다.
그러나 뜻밖에 이유로 재판이 난항을 겪었다. 세관 공무원을 통해 화물을 넘겨받아 필로폰을 확보한 행위가 압수 수사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증거물을 압수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야 적법한 증거가 된다. 검찰 측은 세관 공무원에게서 화물을 임의로 넘겨받았으므로 압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 2심 재판부는 “세관 공무원에게 화물을 넘겨받은 행위를 압수가 아니라고 본다면 통관 대상이 되는 수출입 화물에는 영장주의(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원칙) 자체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허용할 수 없다”며 “영장 없이 압수한 필로폰은 적법한 증거가 될 수 없고, 나머지 혐의도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의 판결이 옳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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