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재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당초 지시는 올림픽 대비 승마 지원이었고 최씨가 정씨를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장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삼성의 승마 지원이 소홀하다”는 질책을 들은 일에 대해 “최씨가 삼성이 승마를 지원하지 않자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방했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은 앞서 2015년 8월 독일 출장에서 돌아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 올림픽 승마 지원 계획 등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 전 사장에 보고했다.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질책 배경에 최씨가 있음을 알았다는 게 장 전 사장의 증언이다. 장 전 사장과 박 전 사장은 피고인 신문을 통해 “삼성은 최씨의 영향력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최씨 요구대로 승마 지원에 정씨를 포함시켰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하며 합의한 내용이라며 공소장에 뇌물로 적시했다.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에 정씨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장 전 사장의 증언은 특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장 전 사장과 박 전 사장 등은 마련됐던 올림픽 대비 승마 선수단 지원 방안을 최씨가 변질시켰고 삼성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점도 피력했다. 장 전 차장은 또 이 부회장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한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게 최씨나 정씨 승마 지원에 대한 보고를 직접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재판부는 “최씨가 정씨를 지원하지 않은 점을 고자질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질책했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장 전 사장은 “최씨가 삼성이 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안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대통령에 말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과 장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을 2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4월7일 첫 공판이 열린 지 118일 만이다. 2일 이 부회장 재판에 마지막 증인으로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 의사를 밝혔으나 재판부는 출석을 요구하며 구인 영장을 발부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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