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인데 민주당이랑 어울리면 욕을 먹습니다. 그런데 이 형님, 참 따뜻하신 분이라….”
대림역에서 중국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한 탈북자가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소개하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신 비서관은 탈북민들과 친분이 깊다. 한국 사회에 힘겹게 적응하고 있는 일부 탈북민들에게는 버팀목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신 비서관은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실에서 당시 문재인 대표와 호흡을 맞출 때 이따금 기자들과 탈북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림역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통일문제에 대한 질문을 오히려 기자에게 하고는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 비서관은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고 조금은 정치적 감각이 둔해 보이는 당 관계자 느낌이 컸다. 중요한 메시지는 신 비서관보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쓰고 있다는 평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대선 메시지 팀장을 거쳐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됐고 대통령이 감동적인 연설을 쏟아낼 때 신 비서관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궁금증은 커졌다. 신 비서관은 대통령 취임식부터 시작해 5·18기념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 현충일 추념사,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장진호 전투기념사를 통해 파독 광부, 이름 없이 죽어간 민주투사, 참전 군인 등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신 비서관이 당 대표실 메시지 팀장보다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이름을 날린 까닭은 뭘까. 신 비서관과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시인 출신의 신 비서관은 감수성이 풍부하다”며 “야당 대표는 선명하게 여당과 정부를 공격해야 하는데 그것을 신 비서관이 어려워했다”고 밝혔다. 신 비서관도 청와대 입성 후 일부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정치적 반대 세력과 각을 세우는 일을 했다”며 “청와대에서는 이제 통합 행보를 보여야 한다. 이제 나에게 일이 맞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근태 전 의장부터 세월호 사건까지 눈물을 쏙 빼는 추모사를 써왔던 신 비서관에게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보다 위로·격려·존중을 나타내는 것이 적성에 맞은 것이다.
2015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문 대통령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신 비서관의 글은 이제 문 대통령의 ‘데스킹’을 그리 오래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 비서관이랑 문 대통령이랑 주파수가 맞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순방차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와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많이 쌓였다고 한다.
신 비서관은 강원도 화천 출신으로 고3 때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한양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학생운동을 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문화국장으로 활동했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서 대북 지원 사업과 저작권료 관련 일을 해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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