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다가올 정기국회에서 초고소득 증세를 둘러싼 ‘세금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80% 이상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증세 법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밀어붙이기식 증세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서민감세’의 이름으로 담뱃세와 유류세를 인하하는 법안을 내놓으며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관련 세법개정안은 법인세법·소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을 포함해 총 13개다. 이 법안들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개정안 중 여야 간 이견이 가장 크게 갈리는 법안은 단연 법인세·소득세법이다.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의 최고세율을 부과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세 역시 과표 3억원 초과~5억원 미만 구간과 5억원 초과 구간에 각각 40%, 42%의 세율을 매기는 증세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초고소득자 및 초대기업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감세를 통해 깎아준 부분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조세정의에 맞다”며 처리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증세 찬성 여론이 약 85%에 이르는 점을 내세워 국민적 지지를 추진 기반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당은 법인세 인상이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인데다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세가 인상되면 그 부담이 결국 모든 주주와 근로자, 협력 중소기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법인세 인상은 국민 증세이자 기업의 발목을 잡는 증세이며 일자리 감소 증세”라고 비판했다.
다만 초고소득자들의 소득세율 인상은 논의 가능성을 다소 열어두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은 절대 불가지만 소득세는 초고소득자 소득세율 구간 신설을 포함해 전반적인 구간 재조정을 큰 틀에서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법개정안 논의 때도 여야가 격론 끝에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방안만 통과시킨 바 있다.
한국당은 부자증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서민감세’를 제시하며 △담뱃값 4,500원→2,500원 인하 △2,000㏄ 미만 승용차 유류세를 50% 인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사회적 공론화와 구체적인 재정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선택에 따라 세법개정안의 처리 여부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법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는 관례상 여야 간 합의한 법안만 통과시키고 있어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현행 7%에서 2%로 단계적 축소하는 안과 신용카드사의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 도입도 이견이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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