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태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에 따른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이다. 6월 중국인 입국자는 25만5,000명에 그쳐 1년 전보다 66%나 줄었다. 유커에 이어 큰손 역할을 하던 일본인 관광객도 빠르게 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상반기 방한 일본인은 110만7,000여명에 불과하다. 4월부터는 석 달 연속 전년동월 대비 평균 7.7% 감소세다.
한일 관광객 역조현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그나마 동남아 등에서 관광객 유입이 늘고 있다지만 중일 관광객 감소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한국 관광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이런 상황인데도 올해 서울에서 문을 여는 특급호텔만도 13개나 된다. 내년 이후 신축 호텔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기존 호텔들이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어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된 데는 유커가 급증하자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특별법까지 만들어 무더기로 허가한 탓이 크다. 외국인 관광객만 쳐다보고 우르르 호텔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호텔만이 아니다. 돈이 된다고 너도나도 덤벼들었다가 유커가 줄자 고전하는 면세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정부나 기업이나 관광객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접근으로는 한국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광정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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