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 합헌화는 역사적 사명”이라며 오는 2020년을 목표로 추진해온 평화헌법 개정이 당 안팎에서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급제동이 걸렸다. 아베 총리의 구상이 일본 안보정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전수방위’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제1야당 민진당의 정면 공격은 물론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는 연립여당 공명당까지 아베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6일 기자들에 ‘여당에서 헌법개정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되는 토양을 생각하면 여당의 개헌 틀 만들기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며 “개헌에는 국회에서의 성숙한 논의와 국민의 이해가 중요한데, 현재는 아직 그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아베 총리가 요미우리TV에 출연해 “(개헌)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야당도 포함해 다수파를 형성하는 노력을 거듭해나가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우루시바라 요시오 공명당 중앙간사회 회장도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아베 총리의 스탠스가 내각 지지율 저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뒤 “총리가 갑자기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고 2020년까지 시행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국민의 눈에는 총리가 강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이 총리에 대한 불신의 한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지지기반이 흔들리자 야당도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사이타마시에서 열린 민진당원 집회에서 에다노 유키오 헌법조사회장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용인을 전제로 헌법에 자위대를 적어넣는 것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에다노 헌법조사회장의 발언은 ‘전력 보유 불가’ 등을 규정한 현행 헌법 9조 1·2항을 그대로 두고 자위대 근거 조항을 추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는 또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한다면 해외분쟁에 무력을 보유하고 개입하는 것을 용인하게 된다”며 “총리가 ‘자위대를 명기만 할 뿐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꼼수”라고 비난했다. 대신 에다노 헌법조사회장은 전수방위의 범위 내에서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전수방위는 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가 가능한 원칙으로 전후 일본이 지켜온 방위정책이다.
이에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하락을 거듭하는 내각 지지율을 고려해 당초 목표로 삼았던 올가을 임시국회 개헌안 제출 계획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포스트 아베’ 가운데 인기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지방창생상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아베 총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TV도쿄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공동조사(8월3~4일 실시)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2%로 개각 전인 7월 하순에 비해 3%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다만 신문은 ‘아베 1강’ 체제를 상징했던 굳건한 지지율과는 거리가 먼 위험수위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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