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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육사 인기몰이





1993년 11월26일 육군사관학교는 1994학년도 최종합격자를 발표했다. 그 해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한 첫해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으로 치러진 해여서 이런 변화가 육사 생도 모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심사였다. 앞서 마감된 신입생도 모집에는 정원 250명에 1,200명 남짓이 지원해 경쟁률이 4.2대1에 불과했다. 10대1을 오르내리던 예년에 비해 대폭 낮아진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크게 떨어진 경쟁률만큼 지원자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난감해진 육사의 선택은 최종합격자 축소. 성적이 모자란 지원자를 과감히 탈락시켜 정원보다 13명 모자란 237명만 선발했다. 장교의 질적인 저하를 막기 위해 소수 정예주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는 것이 육사의 설명이었다. 잘나갔던 5·6공화국 시절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5·6공 때가 육사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액 국비 지원에다 출세 코스로 여겨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인재들이 육사 생도의 꿈에 도전했다. 여기에는 당시 대통령과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 가운데 육사 출신이 많았던 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 싶다.



문민정부 이후 20년 가까이 침체됐던 육사가 몇 해 전부터 다시 기를 펴고 있다. 2010년도까지만 해도 지원자 수가 매년 4,000명 선을 맴돌았는데 2011학년도부터 급격한 증가 추세다. 지난해 9,000명을 가볍게 넘더니 지난주 마감된 올해 모집(정원 310명)에는 1만159명이나 몰렸다는 소식이다. 지원자 1만명 돌파는 1946년 개교 이래 처음이다. 경쟁률도 32.8대1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지원자들의 질적 수준도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원의 10% 정도를 뽑는 여성 생도에 재원이 많은 모양이다. 육사 안팎에서 최고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좋아할 만하다. 이런 육사의 인기에 대해 취업난에 안정적인 직업 장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심각한 청년 실업난이 느껴져 씁쓸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인재들이 몰리면 그만큼 우수한 장교들이 계속 배출될 것이니 말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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