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경영승계를 대가로 뇌물을 지원한 것이 명백히 입증됐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공소사실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법원은 이 부회장의 구속 만료일(27일) 이틀 전인 25일을 선고일로 정했다. 핵심 쟁점인 이 부회장의 수백억원대 뇌물 제공 여부에 대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다. 특검팀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독대 자리에서 작성됐다는 ‘대통령 말씀자료’의 증거를 재판부가 어느 정도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엘리엇 방어 대책’ ‘금융지주, 삼성 바이오로직스, 재단, 승마’ 등 문구가 깨알같이 기재돼 있다. 이를 두고 특검팀은 청탁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안 전 수석은 “내용을 급히 적어 잘 모르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 관련 지시를 내린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결국 업무수첩을 증거로 채택하기는 했지만 ‘간접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대화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독대 전 작성됐다는 ‘대통령 말씀자료’ 또한 실제로 독대에서 언급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워 재판부가 이를 유죄의 증거로 판단할지 예단하기 힘들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재판부의 해석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 관계에 대한 판단을 이 부회장의 판결문에 담을지도 관심사다. 특검은 정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단순 뇌물(수뢰)죄의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뇌물 상대인 것은 맞지만 판결에는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판단만을 담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유무죄 이유를 상세히 적시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간략히 담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진동영·이종혁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