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외풍이 몰아치기 전 검찰이 선재적으로 ‘셀프 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8일 생중계를 통해 직접 수사심의위원회를 도입해 스스로 ‘견제받는 검찰’을 자처하고 나섰고 검찰권의 상징이기도 한 특수부와 함께 총장 직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축소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검찰 내부에서도 상당히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청와대, 국회, 국민 여론 등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검찰개혁 요구에 검찰이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나온 검찰 스스로의 개혁안 중 강도가 높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검찰권에 대한 본질은 그대로 둔 채 곁가지만 건드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 검찰 스스로의 개혁안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문 총장은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 사건에 한해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외부기구인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찰 비판의 핵심이었던 강한 검찰권으로 인한 검찰권 남용과 수사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막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수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스스로 점검을 받아 ‘투명한 검찰’이 되겠다는 복안이다.
문 총장은 “검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내용은 수사 착수 동기나 과잉수사, 수사 지체 등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이런 부분까지 외부 점검을 받고 수사 과정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으면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의를 받는 수사 대상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이라고 한정했을 뿐 아니라 검찰이 수사권을 그대로 가진 상황을 전제로 둔 방안이라 개혁안 자체의 진정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개혁이 나올 때마다 검찰이 내는 안을 보면 정말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곁가지만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날 검찰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특수부 축소 방안 역시 서울중앙지검은 현 체제로 유지한다고 밝혀 그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검찰개혁이라는 외풍에 앞서 선수를 쳐 개혁의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고 기자간담회도 정기적으로 열어 국회와 국민의 견제를 받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제적으로 개혁안을 꺼내 검찰 스스로 잘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개혁의 외풍을 최대한 줄이려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실제 문 총장은 이날 “법규 개정 전이라도 자체 개혁을 통해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문 총장은 인혁당 사건과 약촌오거리 사건 등을 들며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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