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언론을 파괴한 주동자부터 권력에 기대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인 공범자들까지 성역 없는 취재 활동을 펼쳐 공범자들이 자행한 행동들은 대한민국을 사는 국민으로서 큰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
영화 <공범자들>에선 언론 수호자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만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맞서 싸운 이들로 그들은 공범자들에 맞서 몰락한 공영방송을 회복하고 언론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2008년 8.8 사태 때부터 KBS에서 공영방송을 지키려 앞장선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성재호 기자, 검찰의 MBC 탄압 과정에서 결혼을 코앞에 두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던 [PD수첩] 김보슬 PD와 이명박 정권 때 폐지된 KBS [미디어 포커스]의 멤버였던 현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재철 사장 이후 징계와 부당전보 등 가장 많은 탄압을 받은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김연국 기자, 김재철 사장 당시 노조 홍보국장으로 파업을 이끌고 해고당한 이용마 MBC 해직 기자 등과 더불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특별한 언론 수호자들의 이름이 나온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다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의 명단 역시 확인 할 수 있다.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영화 ‘공범자들’(최승호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최승호 감독,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 성재호 KBS 기자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현장에선 ‘스펙타클한 영화 한 편이 나왔다’는 평이 나왔다. 이에 최승호 감독은 “영화가 스펙터클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결국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이 만들어 낸 스펙터클함이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많은 자료를 편집하는 과정이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만큼 지난 9년의 세월이 살얼음 같고 눈보라 속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길이었다. 가다가 얼음이 깨져서 물 속에 수장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잘려 나가기도 하고 스케이트장으로 보내지기도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감독은 MBC [PD수첩]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PD수첩] 제작에서 배제됐다. 이후 170일 파업 과정을 거치며 해고당한 뒤 뉴스타파에서 일하며 2016년에는 국정원의 간첩 조직을 다룬 영화 <자백>을 연출했다. 이번 작품으로는 부패한 공영방송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최 감독은 “2012년 170일을 파업했다. 저는 당사자였기 때문에 제 판단을 좀 믿기 힘들 때도 있었다. 그들이 죽어라 고 싸우고 있는데 결말을 알고 있는 그 심정. 한 겨울에 시작한 파업을 한 여름에 끝낼 수밖에 없는 그 상황. 그런 싸움의 과정에서 앞을 보지 못 하면서도 어 쨌든 자신을 지키려고 싸우는 모습들이 트라우마를 되새기게 했다. 그러한 부분에서는 ‘자백’을 편집했던 뉴스타파 윤성민 편집자가 보완적인, 제가 못 하는 것을 많이 판단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영화 <공범자들>의 개봉을 앞두고 MBC와 김장겸 사장, 김재철, 안광한 전 사장 등 MBC 전현직 임원 5명이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하며 또 한 차례 관심이 쏠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3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로 보내온 ‘영화상영금지등가처분 심문기일통지서’에 따르면, MBC 법인과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전 MBC 사장 김재철과 안광한, 현 MBC 사장 김장겸, 부사장 백종문, 시사제작 부국장 박상후 등 5명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공범자들>을 기획·연출한 최승호 감독(뉴스타파 앵커 겸 PD)과 제작사인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를 대상으로 지난 7월 31일 법원에 영화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 최 감독은 “11일 당일 가처분에 대한 결정이 나길 기다린다. 결정은 당연히 기각되어야 한다. 그러나 겸허한 마음으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삼스럽게, 그들이 했던 모든 행동을 담아 놓은 이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은 그 경험을 모두 함께 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화 안에서 그분들을 비판하는 증언과 증거는 근거가 명확하다. 여러 형태의 기사, 증언들 등은 여러 번 언급된 내용이다. 과거에 없었던 내용을 주장하거나 내세우는 건 없다. 지난 10년간 모든 국민이 아시는 그 내용이 담겼다.
김연국 MBC 기자는 김재철 사장 이후 징계와 부당전보 등 가장 많은 탄압을 받은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연국 기자는 “지난 2008년부터 언론의 자유는 공기 같은 거구나.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 피눈물 나게 싸워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처절하게 무너질 수도 있는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연국 기자는 “최승호 선배가 2005년 PD수첩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능력이 부족해서 고발하지 못한 적은 있어도 외압 때문에 고발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이 영화가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믿는다. 더 나가서 MBC 내부 종사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MBC는 아직도 겨울 이다. 이 상황을 더 이상 두고보지 않을 거다.”고 결의를 전했다.
김연국 기자는 방송을 권력의 도구화시킨 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함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공범자들을 법정에 세워서 처벌해야 한다. 저는 이 영화가 그런 진상을 밝혀내고 처벌해나가는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성재호 기자는 “세번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르다. 여러분도 세번만 봐주셨으면 좋겠다. ‘공범자들’을 보여주면서 공범자들이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가 공범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잠시 갖게 된다. 세 번을 보다보니 여러 생각이 드는데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박해진 아나운서는 액션 저널리즘 영화 ‘공범자’들의 웃음이 끝이 씁쓸하고 아팠음을 언급하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냈던 구성원으로서 소회를 밝혔다.
이어 박해진 아나운서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무기력함을 느꼈다. 아나운서로서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는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 어쩌면 자의로 퇴사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1인일지도 모른다. “고 전했다.
그렇기에 박 아나운서는 “선후배 동료들의 아픔, 기자는 기자 역할, PD는 PD 역할,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상황이 마음 아팠다. 친정인 MBC를 나와 있는 입장에서도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다.”고 했다.
2012년 MBC 총파업 때 당시 노조부위원장이었고, 최근에는 ”김장겸 사장은 물러나라“라고 외쳐 대기 발령을 받은 김민식 PD는 ”저도 공범자들 중 한 명일지 모른다“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정말 부끄럽다. 전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정말 저항자일까, 이용마(전 노조홍보국장) 기자가 (암으로)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미안했다. 용만 말대로 싸웠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지 않았을까. 그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세대를 위해 언론회복 프로젝트를 선언한 영화 <공범자들>은 <자백> 최승호 감독의 신작으로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우리를 속여왔는지 그 실체를 생생하게 다룬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언론 회복 프로젝트의 소임을 다한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고, 현재 대규모 전국 시사회를 통해 찬사와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다시 한 번 다큐 영화의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8월 17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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