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 그간의 기업수사 논란을 인식하고 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제부터라도 과잉수사나 먼지떨이식 수사라는 말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그동안 검찰이 보여온 기업수사 행태를 생각하면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기업수사는 내사를 통해 확실한 자료를 수집하고 범죄혐의를 검토한 후 본격 수사에 나서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 그래야 경영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의 기업수사는 정반대였다.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무차별적 소환은 다반사고, 특히 최고경영자(CEO)를 장기간 출국 금지하기 일쑤였다. 그 사이 기업 이미지와 신뢰가 추락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조차 어려워진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3월에 시작된 포스코 수사다. 검찰은 그룹 계열사 등 10여곳을 압수 수색하고 임직원 100여명을 소환했다.
이렇게 반 년 동안 뒤지고도 정작 경영진의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5월 대법원 최종판단이 무죄로 정리된 이석채 전 KT 회장 사건 등 비슷한 사례는 많다. 문 총장의 공언에도 미덥지 않은 구석이 남는 이유다. 그러지 않아도 벌써 수사심의위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의위가 요식절차로 검찰개혁 요구의 면피용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문 총장의 다짐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실천으로 입증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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