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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내부 조사 반대에...담장 밖서 토양 채취

서울시, 용산 미군기지 '오염조사' 현장 가보니

'메인 포스트' 주변 땅서 지하 10m까지 뚫으며 오염도 분석

“간접 자료라도 확보해야 정화 비용 책임 물을 수 있어” 구슬땀

“다다다다닥….”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메인 포스트’ 주변이 땅을 뚫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토양 채취를 위한 거대한 기계 차가 용산 미군기지를 둘러싼 시멘트벽 앞에 딱 붙어서 있고 기계 차에 부착된 철제관은 지하 10m까지 뚫고 내려갔다. 토양오염 조사기관인 한국환경수도연구원 관계자들은 1m 지점마다 관을 끌어올려 채취한 토양을 분류했다. 이렇게 관에 채취된 토양은 이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옮겨져 오염도 분석에 들어갔다. 서울시의 이러한 미군기지 ‘담장 밖 조사’는 지난 7일부터다. 미군기지 주변의 토양·지하수 오염도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서다.

용산 미군기지 일대 지하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석유계 오염물질이 계속 검출되는 등 토양·지하수 오염 문제는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다. 미군기지 앞 녹사평역 지하 터널에서 오염된 지하수가 발견된 것은 지난 2001년, 캠프킴 길 건너 지하철 공사장에서 흥건한 기름이 나온 것은 2006년이다. 서울시는 2001년 이후 모두 62억원을 투입해 지하수 정화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화작업에도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에서는 여전히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기준치의 최고 587배까지 검출되고 있다.

오염 요인을 뿌리 뽑지 못하는 이유는 ‘번지수’가 틀리기 때문이다. 미군기지 안의 오염원을 분석해 정화 작업을 해야 하지만, 미군은 현재까지 기지 내부 조사를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담장 밖 조사’가 수년째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용산미군기지 내 8군 사령부가 최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했고 나머지 주요 부대도 올해 말까지 옮겨가기로 하는 등 ‘주한미군 용산시대’가 빠르게 마무리 되고 있지만, 미군기지 내부 오염원을 어떻게 정화해야 할지 비용은 누가 분담해야 하는지 등은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김상동 서울시 토양지하수 팀장은 “기지 내부를 조사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라도 주변 지점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미군기지 주변 오염도라도 제대로 조사해 놓아야 환경부·국방부가 미군과 기지 반환 협상을 할 때 그 결과를 근거로 오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변 오염도 조사가 진행된 메인포스트는 앞서 ‘심각한 유출’에 해당하는 100갤런(378ℓ)에서 1,000갤런(3,785ℓ)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역 중 하나다. 시는 10일까지 메인 포스트를 비롯해 수송단, 정보대, 니블로베럭(미군가족 임대주택), 8군 휴양소, 캠프 모스 등 6개 미군 기지 주변부에 대한 직접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채취한 토양에 대한 분석 결과는 한 달 뒤 나온다. 서울시는 기준치를 넘는 오염 물질이 확인될 경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부속서 규정에 따라 한·미 공동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9일 용산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담장 밖에서 토양오염 조사기관 관계자가 채취된 시료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용산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담장 밖에서 토양오염 조사기관 한국환경수도연구원 관계자들이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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