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략군이 괌 주변 30~40㎞ 해역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4발을 떨어뜨리는 계획을 이달 중순까지 완성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고 10일 밝힘에 따라 북한이 진짜 도발할지, 속내는 무엇인지, 만일 도발할 경우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정은이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앞으로 북한은 괌 등 미국의 군사요충지와 본토 주요 도시 타격 능력을 갖출 때까지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공화국 창건 70주년인 내년 9월 9일에 맞춰 대미 핵 무력 실전배치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만큼 미국의 마음도 급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 진짜 쏘려는 걸까=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예고한 대로 괌 주변에 화성-12를 쏠 것으로 본다.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엔진 등 로켓 추진 능력은 인정하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목표 명중을 위한 제어 능력 등에는 의문을 품고 있다. 북한은 이 같은 의심을 보기 좋게 깨뜨리기 위해 괌 주변에 미사일을 탄착시켜 그간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운용 능력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예고한 대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직접 괌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괌과 같은 거리의 있는 공해상에 미사일을 떨어뜨리기만 하면 괌 공격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발사 원점과 괌을 컴퍼스로 찍어 그린 동심원상의 어느 한 곳을 맞힌다는 것(오프셋 사격)은 발사각만 틀면 괌을 맞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같은 계획에 성공한다면 ICBM 능력도 사실상 인정받게 된다. IRBM과 ICBM은 사실상 구조가 같고 재진입 기술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까지 어느 정도 입증하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이 경제도 좋아져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과거의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말로만 하는 위협이라면 그 속내는=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북한이 괌 주변 해상에 미사일을 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외교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전쟁을 하는 나라”라면서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이 그 정도 선은 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사견임을 전제해 “못 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어가며 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최근 나온 미국과 유엔의 새 제재가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제재를 해제시키고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기 위해 북한이 대미 압박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위협과 긴장의 수위를 한껏 높인 뒤 별안간 대화 공세를 하는 것은 북한의 패턴이다. 상대방이 대화에 끌려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반복해 구사했던 게 사실이다.
◇만약 쏜다면 미국의 대응은=북한이 괌 주변에 미사일을 쏜다면 미국은 이를 자국 영토·영해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보복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은 북한 영토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북한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친다면 이는 곧장 한반도 전쟁 상황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북한에 대한 보복 방법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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