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공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의 또 다른 문제는 수능과 EBS 연계율과 신설된 통합사회·통합과학 문제다. 교육부는 수능과 EBS 연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거나 연계 방식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는 변경 방식을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통합사회·통합과학 역시 사실상 두 과목이나 다름없어 예비 수험생들에게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수능과 EBS 방송 연계는 오래 묵은 사안이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해 4월 시작하는 EBS 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수능과 연계시켰다.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2005학년도 수능부터 시작했으며 이후 수능과 EBS 교재 연계율은 꾸준히 70∼80%로 유지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EBS 영어 지문 해석본만 암기하는 등 EBS 교재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학교 교육이 왜곡되고 교사 역할이 줄어든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수능·EBS 연계가 실제로 사교육비 절감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는지를 두고도 조사기관별로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교육부는 이번 수능 개편 시안에서 현행 70%인 연계율을 낮추거나 연계를 폐지하는 방안과 연계율을 유지하되 연계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1안을 선택할 경우 학교 교육이 왜곡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농·산·어촌 등 취약지역 학생이 수능에 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수능 준비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반면 2안을 선택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게 가능하지만 간접연계율 확대 시 EBS 연계 체감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 역시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합적 사고를 하기 위한 기초소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문·이과 통합형 교육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7개 공통과목을 배우게 된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신설하는 대신 선택과목을 기존의 최대 2개 과목에서 1개 과목으로 줄여 학생들이 치르는 과목 수를 현재와 동일하게 최대 7과목으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사회·통합과학이 1개 영역으로 분류더라도 수험생이 공부해야 하는 분량은 사실상 예전에 8개 과목으로 배우던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습 부담 측면에서는 6차 교육과정에서 실시됐던 수능의 수리·탐구Ⅱ 영역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제2외국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아랍어 로또’ 등 수험생들의 혼란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백분위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 안에 든 학생에게 일정 등급을 주는 상대평가에서 아랍어 시험은 응시자가 몰릴수록 ‘운만 좋으면 좋은 등급을 받는 시험’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응시자가 증가했다. 현재 아랍어를 정규 교과 과정에 배치한 학교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울산외국어고 등 6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절대평가 전환으로 제2외국어 학습을 충분히 하지 않은 학생들이 높은 등급을 받고자 아랍어에 몰리는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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