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왼손에는 번데기가, 오른손에는 나비가 살포시 앉아 있다. 소녀는 나비를 날리면서 상처받은 과거(번데기)를 떠나보내고 새 희망을 맞이한다. 소녀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오는 15일 서울 금천구청 앞 광장에 모습을 드러낼 ‘평화의 소녀상’ 모습이다.
광복 72주년을 맞아 14~15일 서울 금천구·도봉구를 비롯해 경북 안동, 전북 익산, 충남 홍성 등 전국 곳곳에서 10개의 소녀상 건립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올해 새롭게 세워진 소녀상들의 특징은 이전의 힘없고 가녀린 모습에서 탈피해 당당하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광주 북구에 세워질 소녀상은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는 강인한 의지를 보이는 모습으로 제작 중이다. 서울 도봉구 평화의 소녀상은 김병로·송진우·정인보를 상징하는 ‘창동 3사자 동상’과 함께 제막한다.
평화의 소녀상 시초는 지난 2011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동상부터다. 소녀상 건립은 2015년 이른바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급속도로 확산됐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 조건으로 일본이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소녀상 대부분은 고등학생·대학생 등 시민의 자발적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만 보더라도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자리한 소녀상은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건립 주체가 됐다.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 건립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자 1년 동안 전국 53개 고등학교 1만6,400명이 모금에 동참해 만들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에는 총 73개의 소녀상이 세워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광복절 이후 10개가 추가되면 전국 80여곳에 소녀상이 당당한 모습으로 자리하게 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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