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와 국방을 각각 총괄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낸 공동 기고문에서 “북한의 잇단 불법 탄도미사일 발사에 미국은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바꾸기 위해 외교적 수단을 선호하며 군사적 선택은 그 뒤에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군사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군사 옵션은 ‘후순위’임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두 장관은 또 미국이 북한 정권교체나 한국의 조속한 재통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 중국이 강조하는 북핵 담판론을 고려해 대북 협상의 문도 열어뒀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미국의 외교적 접근법은 중국도 지지하는 사안”이라며 “북한이 자극적 위협이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의 중단에 나서면 미 정부가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북측에 대화의 신호를 보냈다.
미군의 국방·국무장관이 한목소리로 북한과 전 세계를 향해 ‘외교 해법’에 방점을 둔 대북정책 기조를 확실하게 밝힌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며 미국 측의 “군사적 해결책이 장전됐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불붙은 한반도 전쟁설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한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쟁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외교적 해결을 절대 지지한다”고 밝혔다. 군사 옵션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이날 ABC방송에 나와 한반도 상황에 대해 “한 주 전보다 전쟁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직속상관인 트럼프 대통령의 말 폭탄 뇌관을 제거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미·북이 핵전쟁의 문턱에 있다고 가정하는데 나는 우리가 오늘 그 상황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어떤 정보도 없다”며 한반도 전쟁 임박설을 일축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한반도에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은 “강경 발언의 결과가 의도하지 않은 불균형적 대응과 계산착오 가능성에 따른 군사 공격을 초래한다면 (한반도 상황은) 빠른 속도로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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