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인종차별 시위로 인한 유혈사태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3일(현지시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 민주당 등을 ‘적(enemies)’로 규정하는 TV 광고를 선보였다. 유혈사태의 책임이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려는 백악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재선을 겨냥한 TV 광고를 처음 공개했다. 30초 분량의 광고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주가가 급등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해당 광고는 민주당, 언론, 기성 정치인들을 ‘대통령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의 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지만 미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일을 하게 하자’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샬러츠빌에서 발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시위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와중에도 분열을 조장하는 TV 광고를 내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로 전날 유혈사태에 따른 비판 여론을 진화하려는 백악관의 노력은 힘이 빠졌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과 편견·증오를 비난했다”면서 “이 비난에는 백인우월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 신나치주의자, 모든 극단주의 단체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 시위대를 언급하지 않은 채 ‘여러 편(many sides)’에 유혈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밝혀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황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뿐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정부 고위인사들도 “미국에는 백인우월주의자가 설 자리가 없다”며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 야당과 언론은 물론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까지 12일 트위터로 “우리는 샬러츠빌에서 행동한 사람들 같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을 거부한다. 모든 지도자는 이를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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