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이가 물론 주요배우 4인방에 속하지만, 메인 남녀 주인공이 아니기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사실 이를 연기하는 저 역시도 초반에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조금 있었어요. 지욱이와 사귀는 유정이가 연인의 절친이라는 지욱이와 바람을 피고 도피유학을 다녀왔는데, 다시 지욱이에게 돌아가려는 부분.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감정과 관계가 담겨야 했는데 아무래도 충분히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글로 많이 풀어보고, 최태준씨와 토론식으로 대화도 많이 나눴었어요.”
차유정의 과거를 알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던 나라에게, 우리는 알지 못했던 그녀의 과거에 대한 분석을 물어보았다.
“유정이 같은 경우는 지욱이를 정말 사랑했던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왔고, 교제를 했는데, 정작 그와 만나면서 자신을 향한 지욱이의 마음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것이죠. 나만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고, 사랑이 아닌 ‘우정과 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허전한 감정은 커져가고, 때마침 옆에 있는 은혁이가 유정이의 마음 속 빈자리를 채워나갔고, 그렇게 흔들리기 시작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둘이 바람을 피우려던 직전까지 갔다가, 지욱을 향한 마음을 확인하고 뒤돌아섰는데, 하필이면 지욱이와 마주친 거예요. 사실 지욱이를 만나서 ‘우리는 아무 사이 아니고, 사실 나 그동안 외로웠다’고 말할 수 있는데, 유정이는 하나하나 다 말하면서 하소연하는 캐릭터가 아니기에 결국 이들의 관계가 끝이 났던 것 같아요. 게다가 바람 필 뻔했던 상대가 은혁이였잖아요. 결국 셋과의 우정이 더 중요했기에 포기했던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같은 점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요.”
나라는 자신이 연기한 차유정에 대해 “완벽해 보이지만, 그 안에 허술하면서도 빈 곳도 많기에 더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얄미워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미워할 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후반부에는 인간적인 모습이 나와서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유정이 삼각관계에서 나쁘게 행동하는 악녀가 아니어서 더 좋았어요. 짠내 나는 그런 부분도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셔서 기뻤어요.
나라는 하루하루가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고백을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동안 꿈으로 꿔왔던 것들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새로 발을 내딛었던 연기 또한 꿈꾸던 것 중 하나였다.
“연기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는데 좋은 선배님들을 보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선배들이 제가 시작했을 때 손잡고 이끌어 가주셨던 것처럼, 저도 언젠가는 좋은 선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웃음)”
아이돌을 꿈꾸기 전 나라가 먼저 꾼 꿈은 바로 배우였다. 춤과 노래에 관심을 갖기 전에 연기에 먼저 다가설 뻔했던 나라였지만, 우연한 기회로 지금의 소속사인 판타지오와 인연을 맺게 됐고, 그렇게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연습생 생활을 통해 배운 춤과 노래의 매력에 흠뻑 빠져본 나라는 죽기 살기로 연습에 매달렸고, 그렇게 그녀는 헬로비너스로 팬들과 만날 수 있었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이 길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데뷔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 이룬 것 같이 좋아하기만 했고, TV에 나오는 제 모습이 좋았죠.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데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된 거에요. 지난 시간을 거쳐 오면서 때로는 좌절하기도 했고, 실패를 겪으면서 어쩌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었어요.”
나라는 데뷔 후 지금에 오기까지 겪어온 모든 시간들을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만큼 분명하게 성장을 했고, 그랬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작을 했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도 들면서 ‘어디 한 번 끝까지 한 번 해보자’ 싶었죠. 연습생 때 죽도록 연습했었어요. 누구보다 배로 노력을 했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연습실에 남아서 매트에서 잠들기도 했죠. 그렇게 간절했어요. 저에게 데뷔는. 하지만 데뷔하고 나서 그 간절함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제 문제의 이유가 ‘초심’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죽도록 해보자 싶었죠.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정말 결과물이 안 생기거나 하면 그때 끝내자 싶었죠. 다이어트를 위해 술도 안 마시고, 다른 친구들이 놀자고 해도 안 만나고, 정말 ‘연습실-숙소-연습실-숙소’를 반복했어요.”
포기를 모르는 나라의 독함은 처음 연예인 생활을 반대하고 안타깝게 보셨던 부모님의 마음까지 바꿔놓았다.
“처음에 부모님께서 많이 말리셨어요. 왜 힘든 길을 가느냐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런 용기도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부모님께 조금 더 의지하기로 했어요. 부모님도 열심히 하는 저를 보면서 간절한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셔서, 묵묵히 서포트 해 주셨죠.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제 안의 욕심과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없어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성장통은 오늘날 나라가 활동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원동력이 됐다. 인기의 부침을 겪어봤기에 나라는 언젠가 또 올지도 모르는 굴곡들 역시 감당할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나라의 목소리 속에는 힘든 터널을 지나온 이들이 낼 수 있는 여유와 강단이 담겨 있었다.
“요즘도 부모님께서 가끔 걱정을 하세요. 인기가 오를 때가 있으면 떨어질 때도 있는데, 부모의 마음으로 만약 내 딸에게 힘든 일이 생겨서 못 버틸 것 같다고 하면 어쩌나 싶으신 것이죠.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 이야기해요. ‘지금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라고요. 제가 올라갈 수 있는 단계들이 주춤해도, 언젠가 발전해서 올라갈 것을요.”
나라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으로 너무한 ‘사기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실력도 좋고, 알고 보니 단단한 마음과 건강한 멘탈,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욕심은 더 밝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가끔 친구들이 물어봐요. 이번에 칭찬을 받은 만큼 다음 작품 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 않냐고. 물론 그런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저는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성장통을 통해 이뤄냈던 것처럼 제가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대중도 알아주지 않으실까 생각해요. 저는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연습하고 갈고 닦아서 성취감을 얻죠. 그래서 계속 다양한 것을 많이 시도해보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도전해보고 싶고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바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특히 이 직업은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하는데,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해요.”
나라는 다음에 또 한 번 연기의 기회가 온다면, ‘수상한 파트너’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고쳐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무엇이 가장 아쉬웠냐고 물어보았더니 나라는 수줍게 “로맨스가 어색했다”고 말했다.
“로맨스가 들어간 드라마인데 너무 연애를 안 했나 싶을 정도로 어색하더라고요. 사실 연애와 관련된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니까 저러지’라면서 몰입이 안 될 때가 있었거든요. ‘수상한 파트너’ 할 때도, 이어지더라고요. 알콩달콩한 것도 보여드려야 하는데 영 어색해서 로맨스라는 것이 어려운 거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연기에 욕심이 생겼어요.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배워서, 새로운 꿈을 꾸고 다양한 것도 많이 도전하고 싶어졌죠.”
“기회만 된다면, 사실 좋은 작품에 들어가서 좋은 모습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하는 나라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무척이나 많아 보였다. ‘수상한 파트너’에 최선을 다한 나라는 현재 헬로비너스 컴백을 차근 차근 준비중이었다.
“연말을 목표로 헬로비너스의 컴백을 준비하고 있어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하하.”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