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를 초래한 사흘 전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의 폭력시위를 이끈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명확하게 지목해 비판하지 않아 ‘후폭풍’에 직면한 끝에 “인종차별은 악”이라며 ‘백기’를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다시 발끈하며 “두 편에 다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비난 여론에 떠밀려 물러섰던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백인우월주의자 등 인종차별세력을 다시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함에 따라 ‘반(反) 트럼프’ 시위 등 파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들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에 대한 입장을 질문하자 격앙된 어조로 “한 이야기(폭력사태)를 놓고 두 편이 있다”며 양측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12일 유혈사태 발생 직후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맞불 시위를 벌인 반대편도 책임이 있다고 한 데 이어 ‘여러 편’이라는 표현을 ‘두 편’으로만 바꾼 것.
그는 ‘샬러츠빌의 증오단체를 명백히 비난하는데 왜 월요일까지 기다렸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사실을 모른 채 다급한 성명을 내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 우파’를 공격한 ‘대안 좌파’는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 그들이 손에 곤봉을 들고 휘두르며 공격한 것은 어떤가? 그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끔찍하고 끔찍한 날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그들을 매우 가까이서, 여러분보다 아주 가까이서 봤다. 한 편에는 나쁜 단체가 있었고 반대편에는 또한 매우 폭력적인 단체가 있었다”며 “아무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내가 지금 말하겠다. 반대편에는 허가 없이 집회에 와 공격한 단체가 있었다. 그들은 매우 매우 폭력적이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신(新)나치를 비난해왔다. 다른 많은 단체들도 비난해왔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신나치는 아니라고 믿는다”며 “그들 모두가 백인우월주의자들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집회를 주도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조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대해 “나는 배넌을 좋아한다. 그는 나의 친구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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