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8년 7월24일이다. ‘초대 대통령 취임기념 대한민국 우표’라는 글자와 함께 한복을 입은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가격은 단 5원. 4년 뒤인 1952년 8월15일 2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다소 변화가 보인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이 옆으로 배치된 가운데 월계수 잎 바탕에 ‘희(囍)’라고 새겨진 한자가 눈에 띈다. 이는 통상 경사가 있을 때 쓰이는 데 광복절과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표 가격이 1,000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6·25전쟁으로 물가가 폭등한 탓이다. 결국 정부는 1953년 화폐 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바꾸고 가치를 100대1로 절하했다. 이로 인해 1956년 8월15일 발행된 두 종류의 3대 대통령 취임우표는 액면가가 각각 20환, 55환으로 달라진다.
역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에는 시대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5~9대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표에 옛 중앙청 건물과 고속도로 등의 배경그림을 넣어 조국 근대화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다. 김영삼 14대 대통령 우표에는 백두산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는 통일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과 17대 이명박 대통령 우표에는 세계지도가 표시돼 세계화라는 당시의 시대 흐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여겨지는 관계로 꾸준하게 거래가 된다. 가격은 발행량과 관련이 있다. 가장 비싼 우표는 발행량이 5만장에 불과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것으로 장당 33만원선이다. 반면 1,800만장이나 발행된 11~12대 전두환 전 대통령 우표는 400~500원에 불과하다.
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17일 발행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200만장 적은 총 500만장이 발행되는데 벌써부터 구매자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가 퇴임 후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재임 기간 문 대통령이 국정을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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