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워런 버핏과 악명 높은 ‘행동주의 투자가’ 폴 싱어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국 최대 송전사 ‘온코’ 인수전에서 버핏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0만달러(약 680억원)어치의 에너지퓨처홀딩스(온코 모회사) 특별채권을 넘겨받으면서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온코 인수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은 지난 몇 달 동안 파산신청 중인 에너지퓨처의 채권을 끌어모으면서 온코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 채권자 위치에 올랐다. 여기에 피델리티의 특별채권까지 손에 넣어 버핏의 온코 인수는 더욱 힘들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WSJ는 “특별채권이 엘리엇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버크셔가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빠져나갈 구멍마저 차단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버크셔는 온코와 에너지퓨처를 현금 90억달러와 부채까지 합해 약 18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에너지퓨처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이 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10억달러의 손실을 본 버핏은 설비투자에 강한 애착을 갖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이 버크셔의 온코 인수조건을 걸고넘어지면서 인수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싱어는 엘리엇이 보유한 온코 지분 80%를 매각하는 데는 동의했으나 온코 매각 적정가가 버크셔 측이 제시한 것보다 높은 185억달러라고 주장한 것이다.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버크셔의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버크셔는 온코 거래조건 재협상에 나서거나 인수를 포기해야 할 입장이다. 중도 하차할 경우 버핏은 유니레버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인수전 패배라는 굴욕을 맛보게 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