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며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수렴한 국회 내 논의를 존중하되 여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정부 차원의 자체 개헌특위를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년 6·13 지방선거까지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듭된 개헌 약속이 공전을 거듭 중인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서든 정부 산하에 별도의 개헌특위를 통해서든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는 틀림없는 약속을 드린다”며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지방선거 시 개헌 국민투표’ 약속 이행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헌 추진의 두 가지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추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국회 개헌특위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 주권적인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정부와 대통령도 그것을 받아들여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만약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정부가 그때까지의 논의를 이어받아 자체 특위를 만들어 개헌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최대한 존중하되 여야 간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개헌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개헌특위를 구성했지만 여야의 간극 차이로 관련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국회를 재차 압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는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최소한 지방분권 개헌, 국민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중앙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나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강화는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구조 개편 등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논의는 제외하고서라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쉬운 개헌안부터 우선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시기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을 할 것”이라며 “지방분권의 강화, 그 속에서도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정분권의 강화도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방분권 개헌을 이루기 전에도 현행법 체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지방권 강화 조치들을 해나가겠다”며 지방분권을 이뤄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린 개헌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국회 내 개헌 논의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여야는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의 경우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우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는 이달 말 전국 순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대국민 여론조사와 보고대회 등을 거쳐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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