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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쓰리고]행복을 주는 돼지갈비, 용문갈비집





돼지 갈비는 참 맛있다. 좋은 추억 때문일 것 같다. 졸업식 날이면 으레 근처 돼지 갈비 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는 했다. 기쁜 날 구색을 맞추는 데는 고기만 한 것이 없고 그중 돼지는 가격 부담이 적다. 때문에 “어제 돼지 갈비 먹었어”라는 말에 “좋은 일 있었어?”라는 질문은 퍽 잘 어울린다.

단맛은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우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물리면 금세 조용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갈비는 육즙이 풍부해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단맛이 난다. 여기에 설탕과 각종 과일, 간장으로 단맛을 끌어올렸으니 돼지 갈비는 기쁜 일에 안성맞춤이다.

기쁘다 갈비 먹었네~


하지만 돼지갈비는 속기도 쉽다. 생고기와 달리 양념에 재워 고기 품질을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돼지갈비를 양념해 유통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양념에 속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추억은 곱씹을 수 있도록 엄선해봤다. 44년 전통의 맛집, 서울 용산구 용문갈비집이다.

One go! 일단 씹고!

용문갈비집은 1973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겉 풍경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오래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최근 벽면의 유리문을 새로 바꿔 달아 퍽 옛날 느낌을 감췄음에도 안에 들어가면 오래된 건물 냄새가 난다. 명절 때 내려온 시골 같다.

서울 용산구 용문갈비집 전경. 간판에는 그 흔한 조명 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 십수년간 이 자리를 지킨 간판이다. 유리문으로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용문갈비집 메뉴판. 메뉴판 근처의 식기와 찬장도 나이를 꽤 먹었다.


자리에 앉으면 놓여있는 수저. 수저 위에는 ‘1973년부터’라는 말이 쓰여 있다.


1973년부터 한 장소에서 붙박이로 영업해온 용문갈비집은 정감 넘치지만 동시에 오래됐다는 점에서 단점도 있다. 한여름에 가면 짜증날 수 있으니 조심하자. 내부에서 각종 냉방장치를 가동하고 있지만 덥다. 이유는 테이블별로 환기장치가 없어서다. 돼지갈비는 양념이 불에 닿기 때문에 연기가 많이 날 수밖에 없는데, 이 연기를 빼내기 위해 천장 공사를 할 수는 없었으니 큼직한 유리문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유리문을 활짝 열어 놓으니 에어컨의 찬 공기도 바깥으로 나간다는 데 있다. 불판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탓에 꽤 덥다. 최근 날씨가 풀렸으니 추천하지만 한창 더울 때는 더위를 이겨낼 각오를 하길 바란다.

8월 초에 방문했지만 꽤 손님이 많았다. 일하시는 이모님들은 정말 이모같다. 외할머니 찾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Two go! 화끈하게 빨고!



드디어 나온 돼지갈비. 양념이 넉넉하게 함께 나온다. 특히 이 집의 돼지갈비는 고기 손질부터 양념까지 전날에 모두 해놓은 후 그 다음날 내놓는 원칙이 있다.


불판에 고기를 올리면 돼지 고기에서 나는 향과 양념이 익는 냄새가 어우러져 기운을 돋운다. 사실 돼지갈비는 양념이 쉽게 타기 때문에 굽기 까다롭다. 돼지갈비는 너무 펴지 말고 익히는 편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구워봅시다.


한번 뒤집은 후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놓자. 숯불의 특성상 불의 세기가 고르지 않아 특정 부위만 탈 수 있다.


다 구워진 돼지갈비. 은혜롭다.


고기 맛은 깜짝 놀랄 정도로 삼삼하다. 여느 음식점과 달리 간을 많이 하지 않았다. 간장에 재웠음에도 짜지 않고 단맛도 과하지 않다. 조미료도 안 쓰지는 않았지만 소량만을 넣으신다고. 간이 삼삼해 고기를 씹다보면 양념과 육즙 맛이 함께 나 풍미가 산다. 아이에게 먹여도 좋을 것 같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사실 돼지갈비는 두어 점 집어먹은 후에는 기름기가 돌아 퍽 느끼하다. 양념이 매운맛도 아니므로 돼지갈비 집마다 각종 밑반찬을 내놓는데, 사실 돼지 갈비 맛집의 비결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하나하나 뜯어보자.

고기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동치미. 무와 배추를 많이 넣어 아삭아삭하면서 시원하다. 오래 숙성시켰기 때문에 무에 간이 제대로 배어있다. 돼지갈비 한 점 먹고 한 수저 호록호록 먹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매우 기본적인 파절임이지만 파의 알싸함이 나도록 간을 해 돼지고기와 합이 좋다.


이렇게 싸 먹어보자.


상추 비싸다는 소리가 무색하게 산처럼 쌓여 나온다. 여기가 우리 집인가 싶을 정도로.


투박하게 썰어져 나온 고구마와 당근. 고구마가 물건이다. ‘아 뭔가 아삭한 게 필요한데’ 하는 생각이 들 때 와작와작 먹으면 뭉근한 단 맛이 나서 좋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후식으로 냉면이 나온다’고 광고하지만 사실 먹는 중간에 나온다. 평양냉면식의 부드러운 면인데 김치가 함께 담겨 있어 새콤한 맛이 난다. 김치말이국수라고 오해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완벽한 조합.


끝난 줄 아셨겠지만 먹방은 계속됩니다.


테이블마다 나오는 식혜까지 먹어야 한다!


이 식혜도 가게에서 직접 담갔다고 한다. 식혜인데 설탕 단 맛은 덜하고 엿당에서 나는 묵직한 단 맛이 난다. 기분 좋은 맛이다. 이 즈음되면 정말 외할머니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Three go! ‘추억을’ 맛보고!

세월이 지나면 무게가 달라지는 것 중 생일만한 게 있을까.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툭툭 던지시는 “생일은 무슨 생일이냐”는 말이 아이의 입에 오른다면 굉장히 이질적일 것이다. 어린 사람의 생일은 출생에 대한 축하의 의미가 있어 묵직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생일 축하해주세요!


여섯 살 때 외가에서 살았던 나는 우울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시댁에서 지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서실 때마다 충주의 친정으로 내려오셨다. 기간은 적게는 일주일, 길면 몇 달이 되고는 했다. 친척이 살고 있지만, 엄연히 ‘우리 집’은 아니었던 외가에서 일주일이 넘게 머물다 보면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고는 했다.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해서였을까, 여섯 살 때는 외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흙집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를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분명 외가에 내려왔을 때는 봄이었는데 어느새 생일이 껴있는 8월이 됐다. 낯선 곳에서 외로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우셨던 외할머니는 생일 음식으로 수수 팥 떡을 해주시겠다 약속하셨다. 으레 서울에서는 치킨과 피자 등 각종 서양음식이 올라간 생일상을 받은 데다 이름도 생소했음에도 ‘수수 팥 떡’이라는 말이 퍽 좋았다. 생일이 다가오기 닷새 전부터 친척 어른을 볼 때마다 “할머니가 수수 팥 떡을 해주기로 하셨어요!”하고 말하며 자랑을 하기에 바빴다.

대망의 생일. 처음 본 수수 팥 떡에 실망감이 생겼다. 각지고 네모난 시루떡이 몇 장씩 겹쳐져 있었다. 만약 누군가 생일이라며 그 위에 초를 꽂았다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서 먹어보라”는 친척들의 채근에 한 입 베어 무니 실망감과 서운함은 금세 사라졌다. 찹쌀은 입천장에 붙을 만큼 쫀득했고 팥은 뭉근하게 달았다. 여느 때 먹던 기름진 음식과는 다른 맛의 세계였다. 강한 단맛도 짠 맛도 없었지만 맛있었다. 외할머니께서 얼마나 떡을 많이 찌셨는지 그 후로도 일주일은 수수 팥 떡을 먹었지만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오죽하면 친가에 올라가기 전까지 생각이 났을까.

간이 삼삼한 음식을 먹다 보면 어렸을 때 먹던 수수 팥 떡이 생각난다. 아쉽게도 그 후로 외할머니의 수수 팥 떡을 먹을 수는 없었다. 하루 전부터 팥을 불리고 고물을 빼야 해 손이 많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감히 부탁을 드릴 수는 없게 됐다. 외할머니께서 힘을 들여 떡을 쪄 주신다고 해도 그 맛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 여섯 살 때 베어 문 떡에는 ‘낯선 시골에서 외로움을 견뎌줘 기특하다’는 외할머니의 마음이 담겨있었을 테니까.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위치: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근처 대로의 가운데 즈음에 있다. 6호선 효창공원역 3번출구에서 대로를 따라 걸으면 찾기 쉽다. 용산역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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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돼지갈비 1인분 1만6,000원. 한우 암소 갈비 등도 있다.

가격이 지갑의 사정을 넘어 먹지는 못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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