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21일 “현재까지 부상자 진술에 의하면 사고 자주포에서 포탄을 장전한 후 원인불상으로 폐쇄기에서 연기가 나온 뒤 내부의 장약이 연소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약은 포를 발사할 때 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이다. K-9 자주포의 최대 사거리는 약 40㎞인데 이번 훈련에서는 35㎞의 사거리를 낼 수 있는 ‘5호 장약’이 사용됐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가 난 K-9 자주포에서는 포신에 포탄 1발이 장전된 상태에서 원인불상으로 발사됐다”며 “합동조사단의 현장 감식 결과, 화포 내 장약 3발이 흔적도 없이 연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9의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격발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아 포탄을 발사할 수 없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발사됐다”는 부상자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발사 버튼은 사수와 부사수 2명이 다 할 수 있다”면서 “포반장까지 3명의 진술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발사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고 K-9 자주포의 폐쇄기는 꽉 닫혀 있지 않고 압력에 의해 약간 벌어진 상태였다”며 “포신과 폐쇄기 사이에 ‘밀폐링’이란 게 있는데 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는지 정밀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K-9 자주포에 탑승하고 있던 이태균(26) 상사와 정수연(22) 상병이 숨지고 장병 5명이 다쳤다. 부상자들은 의식은 있지만,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진술하기는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진술 중에는 ‘폐쇄기를 닫았는데 연기와 불꽃이 보이고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는 진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폐쇄기에서 연기가 발생된 원인에 대해서는 현장 증거물 감정과 기능검사, 당시 현장 상황 분석, 부상자 진술 분석 등을 종합한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9은 개발 중이던 1997년 시제 1호기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지만, 당시 사고는 포신에 남은 화약 성분에 불이 붙은 것으로, 이번 사고와는 다르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는 북한이 화력 도발에 나설 경우 즉각 대응 사격할 수 있도록 장거리 포병 사격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포구초속 측정사격’을 하던 중 발생했다. 다만 이번 훈련은 훈련장이 좁아 K-9을 실제 사거리만큼 쏘지는 않고 1.2㎞ 떨어진 표적을 향해 조준 사격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육군 5군단은 지난달 28일부터 3차례에 걸쳐 사격훈련을 하기로 하고 지난 18일 마지막 훈련을 하던 중 부대 포반의 6발 중 3발째 사격에서 사고가 났다. 문제의 K-9은 2012년 전력화된 것으로, 약 120발의 사격 기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이번 사고 직후 교육훈련 목적의 K-9 사격은 일단 전면 중지했다. 작전 대기 중인 K-9은 그대로 가동 중이다. 우리 군은 육군과 해병대가 약 1,000여문의 K-9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다.
육군은 이번 사고로 숨진 이 상사와 정 상병을 순직 처리했다. 이들의 합동영결식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육군 5군단장(葬)으로 엄수됐다. 육군 관계자는 “부상자 5명에 대해서는 완전 회복할 때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명확한 원인 규명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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