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반대가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이 비록 “국민은 주권자로서 평소 정치 구경만 하다가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게 한 결과 우리 정치가 낙후됐다”고 전제했지만 이는 논리적 비약이고 위험한 발상이다. 대통령과 의회·사법부 등 3권의 분립과 견제는 우리 헌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기본정신이고 지금 나오는 개헌론과 무관한 방향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기간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분권형 대통령을 전제로 4년 중임제 대통령제를 개헌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나왔다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으로 각종 입법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대책으로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현 정부가 정책 추진 등에서 ‘일방주의’를 강화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언급하고 나온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의 낙후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의 대체재가 ‘광장’이나 ‘촛불’로 대변되는 직접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분명히 새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결코 소수의 비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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