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세기 후반에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을 통해 디지털화·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이제 초연결성·초지능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실시간으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고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사무실과 공장에서 수행하던 사람의 업무가 근본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나 중국에 콜센터를 짓고 통합 IT센터를 운영하는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을 통해 비용절감이 가능했다. 그러나 임금 수준의 차이로 표현되는 BPO는 비즈니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가 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아웃소싱 국가들의 인건비 상승에 따라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을 새로 찾아야 하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러한 인력·시간·비용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계가 사람처럼 인지-추론-학습 능력을 갖춰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자는 것이 바로 디지털 노동력이다.
아웃소싱, 인력·시간·비용절감 한계 명확
日전력회사 단순 반복 작업 RPA로 자동화
응대시간 5일→1일·인력 70% 효율적 재배치
사람-기계·기계-기계 협업 환경 구축부터
RPA 시범 적용·효과 검증...전사적 공감대 형성
고부가가치 업무 중심으로 조직 재설계 나서야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는 디지털 노동력의 발전단계를 크게 세 가지 클래스로 구분하고 있다. 클래스1은 전표처리, 인보이스 발송 등과 같은 반복적 거래 성격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이다. 클래스2는 비정형적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며 클래스3은 사람과 유사하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해 궁극적으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인지 자동화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사람이 수행하는 반복적이고, 표준화 가능하며, 규칙 기반의 업무를 기계가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클래스1 혹은 2 수준의 디지털 노동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RPA는 사람의 인지적 판단 기능보다는 상대적으로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를 주로 의미한다는 점에서 인지 자동화와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의 로보틱(Robotic)은 실제 물리적인 로봇을 지칭하기보다는 사람의 인지적인 일을 대체하는 컴퓨터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RPA는 사람이 진행했을 때보다 인건비가 줄고 업무처리 시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수작업 처리 실수가 줄어 업무품질도 개선된다. RPA의 도입은 미래의 업무환경에 변화를 가져온다. 단순 반복적인 저부가가치 업무가 효율화됨에 따라 직원들의 불필요한 야근은 줄어들고 일과 삶의 균형은 향상될 것이며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함에 따라 새로운 혁신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RPA는 주로 재무·인사·컴플라이언스 등과 같이 공유 서비스가 가능한 백오피스 성격의 업무에 우선 적용돼왔다. 일본의 전력회사는 RPA를 통해 고객 응대 시간을 5일에서 1일로 줄이고 인력의 70%를 다른 업무로 전환할 수 있음을 입증했고 일본의 대형은행은 백오피스 업무 83%에 대한 자동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RPA가 머신러닝·인공지능의 인지적 기술과 접목되면 클래스2·3의 인지 자동화 수준에 도달해 진정한 디지털 노동력이 구현된다. 이때는 ID를 갖는 개별 로봇 직원들이 사람의 매뉴얼 업무를 대체할 뿐 아니라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대량의 문서를 이해하고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지속 학습을 통해 비정형적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실시간 음성·영상 처리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짐에 따라 로봇과 사람이 업무를 분담하고 협업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노동력의 첫 단계인 RPA를 구현하기 위해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RPA로 자동화하고 비정형적 업무 및 인지적 판단은 단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나갈 수 있도록 해 지속적인 업무 효율성 제고 및 비즈니스 혁신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둘째, 적용 용이성 및 투자 대비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RPA 우선 적용 영역을 도출하고 RPA 파일럿 구축을 통해 가시적 성과 및 효용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파일럿 구축 및 효과 검증을 통해 RPA의 효용성을 모든 조직구성원이 공감한 후 전사 차원의 RPA 확대 구축 및 인공지능과 결합된 인지 자동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RPA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가 아니라 기업이 인적 노동력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의 노동력 구조로 변환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도구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람·기계, 기계·기계 간의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고 사람은 보다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업의 인적 구조와 조직운영 방향성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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