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23일(현지시간) CNN은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의회 수사팀이 트럼프 캠프 측이 제출한 2만여건의 이메일을 살핀 결과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와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의논했던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당 이메일의 작성자는 릭 디어본 백악관 비서실 차장으로, 캠프의 정책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선거일을 5개월 가량 앞둔 지난해 6월 캠프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정체불명의 인물 ‘WV’를 언급했으며, 이들의 만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누가 이들의 만남을 최초로 주선하려 했는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CNN은 이메일이 오간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사위, 캠프 선대본부장이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러시아 변호사·로비스트와 비밀스럽게 만난 시기라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 측 인사들은 트럼프 측을 만나며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관련한 정보가 있다며 접근했다.
디어본 외에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 자문을 맡았던 조지 파파도풀로스도 지난해 3월 캠프 고위 관계자들에게 러시아 관료들과 만남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파파도풀로스의 메일 제목은 ‘푸틴을 포함한 러시아 지도부와의 미팅’으로, 캠프 관계자들은 당시 이 제안을 거절했다. CNN은 이 같은 이메일이 클린턴 전 장관의 당선을 막으려 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캠프와 접촉을 시도한 또 다른 지점이라고 해석했다.
의회 수사팀은 디어본이 러시아 스캔들 내에서 담당한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어본은 당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현 법무장관)의 비서실장직을 맡고 있었으며 세션스 상원의원은 지난해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남을 가진 사실이 올초 드러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의회 수사팀은 디어본이 세션스 장관과 키슬랴크 대사의 만남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편 디어본은 CNN 보도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백악관의 새라 허커비 샌더슨 대변인은 “우리는 잠재적으로 유출된 자료에 대해 앞으로 논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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