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되는 SBS ‘SBS스페셜’에서는 ‘82년생 김지영 - 세상 절반의 이야기’ 편이 전파를 탄다.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다큐멘터리로 찾아온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여성이 취업, 결혼, 출산 등 삶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을 보여주고 있다. 금태섭 국회의원은 “잔잔하지만 잔인한 이야기”라고 평가하며 동료 의원들 모두에게 책을 선물했고, 노회찬 의원은 “이것이 진짜 현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을 전달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발간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누적판매량 23만 부, 2017년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이름을 올렸다. 대체 소설 속 내용이 현실과 어떻게 닮아있기에 ‘김지영 열풍’이 만들어졌을까? 이에 SBS 스페셜 제작진은 실제로 80년대에 태어난 ‘지영’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소설 속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들어보기로 했다.
▲ ‘87년생 김지영’, ‘엄마 껌딱지’ 딸 시은이를 둔 전업주부
87년생 김지영 씨는 10개월 딸아이를 둔 전업주부다. 산더미 같은 집안일과 삼시 세끼 남편과의 식사,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딸아이 돌봄까지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매일 반복 중이다. 능숙한 살림에서 오랜 내공이 엿보이지만 지영 씨가 ‘전업주부’로 집 안에만 있게 된 건 최근의 일. 지영 씨는 불과 2년 전만해도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가정 선생님’이었다.
“(기간제 교사로) 면접을 봤는데, 학교에서 결혼은 하셨냐, 애는 있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나중에 제가 합격을 하긴 했는데, “중간에 임신을 하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계약을 앞두고 첫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지영 씨는 결국 취업을 포기해야 했고, 매일 교단에 서던 지영 씨의 일상은 집 안으로 한정됐다.
“슬펐어요. 사회에서 제가 좀 한 발짝 멀어진 거 같은 그런 느낌”
지영 씨가 간만에 외출을 나섰다. 하지만 지영 씨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은데...
“책에서 지영 씨가 공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다른 사람들이 ‘맘충’이라고 말 하는 상황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대다수의 젊은 엄마들을 맘충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 안타깝고 전업주부를 집에서 쉰다, 뭐 놀고 있다 이렇게 평가하면 마음 아프죠...”
10개월짜리 딸을 안고 나선 지영 씨의 외출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 외국계 경영 컨설팅 업체 최연소 팀장, 싱글 86년생 김지영 씨.
‘둘째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바람에 돌잔치에 남자 한복을 입고, 맛있는 반찬은 응당 남동생 밥 위에 먼저 올라갈 때마다 애써 서운함을 감춰왔다는 지영 씨들의 ‘웃픈’ 추억들. 하지만 소소한 서러움을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듣고 있던 ‘다른 지영’이가 있었다. “여자라고 못 할 게 뭐 있어”라는 어머니의 지원을 발판 삼아 학창시절 임원은 물론,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하며 소위 명문대에 입학한 엄친딸 김지영 씨.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최고의 스펙은 남자’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고 그렇지 못 했다면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 믿었던 지영 씨에게도 취업 때 마주한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생산경영 부문에 취업을 하고 싶었는데 면접 자리마다 ‘여자라서...’라는 면접관들의 말이 따라다녔어요. 처음 취업한 곳에서도 여성 직원은 10% 남짓, 승진 명단에서도 여성분들이 많지 않았었죠.”
현재 외국계 컨설팅 회사로 이직한 지영 씨는 ‘야근은 기본, 밤샘은 옵션’으로 하루하루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누나 결혼하면 회사 나갈 거잖아~이런 얘기 들으면 착잡하죠. 보란 듯이 결혼 후에도 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지만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른 채로 클라이언트 미팅을 한다, 몸이 힘들어서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그 짐이 다 팀한테 갈 텐데...”
1980년대에 태어난 수많은 ‘지영이’들은 왜 혼란에 빠져있는 걸까? 1980년대생 지영이들은 ‘남녀평등’을 위한 제도적 발전과 함께 각자의 꿈을 키워왔지만 더디게 변하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혼란스러운 매일을 마주하고 있다. ‘2017년생 지영’이는 ‘여성’이라는 구분이 없는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인 80년대 지영이들의 이야기가 변화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까?
[사진=S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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