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차량공유 업체 우버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미국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가 내정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버 이사회는 이날 오후 표결을 거쳐 앞서 사임한 트래비스 캘러닉 전 CEO의 후임으로 코스로샤히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로샤히 CEO는 이란 태생의 이민자 출신으로 지난 2005년부터 12년째 익스피디아를 이끌어왔다. 그의 재임 기간 익스피디아는 익스피디아닷컴·호텔스닷컴·핫와이어 등 온라인 예약 브랜드를 통해 업계를 재편하며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사로서 입지를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의 선임은 캘러닉 전 우버 CEO와 그를 축출한 주요 투자자 벤치마크의 힘 대결에서 파생된 ‘휴전’ 성격이 강해 새 CEO가 분열된 회사를 통합하고 추락한 우버의 이미지를 재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우버의 CEO 선임은 사내 성희롱과 특허 도용으로 인한 소송 등 얼룩진 사내문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창업주인 캘러닉 전 CEO가 사임한 지 두 달여 만에 이뤄졌다. 더 이상은 회사를 방향타 없이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모인 결과지만 이사회 투표 과정부터 순조롭지는 못했다. NYT는 “코스로샤히의 선임은 새 CEO로 제프리 이멀트 전 제너럴일렉트릭(GE) CEO를 지지한 창업주 캘러닉과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CEO에 힘을 실은 벤치마크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정보기술(IT) 매체 레코드도 “코스로샤히가 CEO 후보라는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이사회 표결 15분 전”이었다며 ‘제3의 인물’을 택하고서야 양측의 갈등이 간신히 봉합됐다고 전했다.
두 세력의 첨예한 대립에 치인 이멀트 전 CEO는 이날 이사회에 앞서 우버 CEO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언했다. 휘트먼도 이사회 내 캘러닉의 역할 제안 등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버의 새 선장으로 낙점된 코스로샤히는 이제 생소한 운송 분야에서 사내 갈등을 봉합하며 리프트 등 경쟁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 미래 청사진을 도출해야 하는 난제와 마주하게 됐다. 차량공유 업계의 대명사인 우버는 올 들어 성희롱 문제로 인한 이미지 추락과 CEO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 경쟁사 리프트의 약진이 맞물리며 80%대를 유지하던 점유율이 70%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여전히 창업주의 입김이 강한 우버 내에서 그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구축하고 성과를 일궈낼지도 미지수다.
다만 외신들은 온라인 업계와 글로벌 업무에서의 풍부한 경험 등을 들어 그가 이끄는 우버호(號)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 외신은 “코스로샤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벤치마크가 지지하는 후보는 아니라는 점”이라며 “창업주의 그늘이 큰 회사에서 ‘제3의 인물’이 오히려 임직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주요 후보군 중 유일하게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점도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올해 48세인 그는 1978년 이란 이슬람혁명 발발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으로 그가 이끄는 익스피디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개 이슬람국가의 이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자 아마존과 함께 가장 선도적으로 반발 대열을 형성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그는 사내 회람에서 “나의 부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빈손으로 고향을 떠났다”며 “차세대에게 인생을 다시 설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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