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떨어뜨리는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지난 2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세 발을 쏜 지 3일 만에 고강도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최근 거론되던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추진 기류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 분위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북한의 잇따른 대형 도발로 다시 강(强) 대 강 극한 대치가 재개되며 한반도 긴장수위가 급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5시57분께 평양시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한 발을 동쪽 방향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며 “비행거리는 2,700여㎞, 최대고도는 550여㎞로 판단했으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 내부적으로는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요충지인 괌 타격능력을 간접 과시하기 위해 이번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원산 기준 괌까지의 거리는 약 3,300㎞다. 북한이 이번에 2,700㎞ 떨어진 북태평양 공해상에 미사일을 떨어뜨린 것은 방위각만 틀면 언제든 괌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며 무력시위 등 군사력을 동원한 맞대응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서 용인되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무시한다는 신호”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국제사회가 크고 분명한 북한의 메시지를 받은 셈”이라며 “위협적이고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북한의 고립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40여분간 전화통화를 하며 강력한 대북압박에 뜻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긴급 NSC를 개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폭거”라며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한미일의 공동 요청에 따라 29일(현지시간) 개최한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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